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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韓엔 집값 올리는 지렛대 있다···대출규제 약발 금방 식는 까닭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6/16 13:10

정부, 17일 집값 잡기 위한 대책 발표
유동성 규제 방안 포함할 듯
잇단 대출규제 효과 못본 이유 있어



정부가 17일 달아오른 주택시장 열기를 식히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15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17일 정부가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식히기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지난해 12·16대책 약발이 다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도 가볍게 지나가는 분위기다.

꿈틀대는 집값은 거래와 동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4407건)이 지난해 3월(2275건)의 2배로 거래 단절이 심하지 않았는데 4월(3020건)은 지난해 4월(3040건)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후유증을 앓던 2010년(2623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

4월 한 달 그친 코로나 영향

5월은 16일 기준으로 4500건을 넘어서며 지난해 5월(4398건)보다 늘었고 2018년 5월(4699건)보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 주간 변동률이 3월 말 ‘마이너스’를 보이기 시작한 후 4월 말 가장 많이 내려갔다가(-0.07%) 지난주에는 0.2%까지 올라갔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세를 나타낸 곳이 3월 말 2곳에서 지난주 17곳으로 확대했다.

12·16대책에 이은 코로나19의 ‘연타’ 타격이 4월 한 달에 그친 셈이다.

경기도와 인천은 서울 고가 주택을 집중적으로 겨냥한12·16대책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 주간 변동률이 줄곧 ‘플러스’였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3월 121.6에서 4월 지난해 5월(102.1) 이후 가장 낮은 110.9를 기록한 데 이어 5월 120.6으로 다시 올라섰다.

집값 온기는 지방에서도 느껴진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률도 높아지고 있다.

집값 상승은 예상보다 빠른 감이 있지만 사실 예견됐다. 정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0%대로 낮추고 돈을 대폭 풀었다. 넘치는 유동성 속에서 ‘자산 인플레’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택시장에 앞서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가 몰려들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주가가 집값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름이 넘치기 때문에 자그마한 불씨(호재)에도 불이 번질 수 있다. 불씨는 널려있다. 저평가, 교통 등 개발계획, 학군… 사방이 기름일 때 불씨 관리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의도적이든 부주의이든 흘리기도 한다.


조정대상지역 LTV·DTI 10%포인트 강화

정부는 유동성을 억제하는 방안을 추가 대책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규제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와 같은 규제지역에 추가하고 규제지역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자료: 법원등기정보광장





집값 대비 담보대출 한도인 LTV(담보인정비율)가 70%에서 조정대상지역 60%, 투기과열지구 40%로 내려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집값이 15억원이 넘으면 LTV가 ‘0’다.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한다.

6억원 주택의 경우 비규제지역에선 4억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3억6000만원, 투기과열지구에선 2억4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대출한도가 40% 넘게 줄어든다.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DTI(총부채상환비율)도 60%에서 조정대상지역 50%, 투기과열지구 40%로 낮아진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이외 주택 구입에흘러 들어가는 다른 대출도 죌 수 있다.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비금융회사 등 대출 방식과 창구는 다양하다. 맞벌이 부부가 신용대출 등으로 수억원을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 대출을 많이 끌어도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기준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58%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대출금 1억원 연 이자가 298만원에서 258만원으로 14% 내려간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LTV가 변함없어도 DTI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자가 줄어서다. 같은 DTI로 이자를 더 낼 수 있어 담보대출 한도가 찼으면 다른 대출을 동원해 대출 원금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2017년 8·2대책부터 계속해서 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도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 이유가 뭘까. 워낙 그동안 저금리로 늘어난 유동성이 많기도 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5년 이후 1%대였다. 대출 제한을 통해 ‘수도꼭지’를 잠가도 저수량이 워낙 많아 계속 쏟아져 나온 셈이다.

대출 규제의 힘을 뺀 요인이 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택시장 제도인 전세다. 전세보증금을 안고 사면 대출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다.

대출 한도보다 훨씬 많은 전세금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57.6%다. 10억원짜리 집의 전세보증금이 5억7600만원이다. 42.4%에 해당하는 4억2400만원만 있으면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 대출 한도(40%)보다 더 많다.

경기도 평균이 69.1%다. 집값의 30%만 있으면 된다.

유동성이 디딤판이라면 전세보증금은 지렛대인 셈이다. 그러잖아도 유동성이 늘어 디딤판이 높아진 마당에 지렛대를 이용하면 쉽게 넘을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집주인 입자에서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하지만 저금리에도 전세가 강세다.




자료: 한국감정원





서울 주택 전체 전·월세 신고 자료를 보면 전세 비율이 2014년 60.8%에서 2016년 55%로 내려갔다가 지난해 59%로 상승했다. 2016년 이후는 집값이 많이 오르던 때다. 대출 규제 속에 전세를 끼고 사는 ‘갭 투자’가 성행하며 집주인이 전세를 선호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4월 기준으로 2018년 70.6%에서 지난해 66.4%로 떨어진 뒤 70.2%로 커졌다.

다시 늘어나는 전세

지난해 12·16대책 후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권 이외의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대출 규제를 피한 중저가 주택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기도 하다. 강북에 60% 넘는 곳이 많다. 강남권이 가장 낮아 50% 이하다.

하지만 전세는 월세보다 주거비용이 적게 들어 세입자가 선호하는 것이기도 해 여전히 굳건하다. 정부 정책도 전세 지원 쪽이다. 전세자금 대출이 80%까지 가능하고 각종 전세금 지원책이 많다. 지난해부터 임대소득 과세가 확대됐는데 전세보증금은 3주택자부터 과세하고 월세는 2주택자부터 내야 한다. 집주인 절세 측면에서도 전세가 낫다.




2009년 7월 부산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앞에서 열린 장대높이뛰기 대회.





지난해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 전체 주택의 26%가 전셋집이다. 갭투자할 수 있는 집이 이만큼 된다는 말이다.

지렛대를 놔두고 대출 규제로 디딤판 높이를 아무리 낮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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