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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사람들] "빨간 신호등을 기다립니다"

시카고 서울대동창회 김병윤 회장

"요즘은 정지신호(Red Light)가 기다려지곤 합니다."

시카고 서울대 동창회 김병윤(사진) 회장은 은퇴 후 더 바쁘다. 동창회장으로, 합창단원으로, 할아버지로, 남편으로, 음악과 체육 동호인으로 시간을 쪼개 써야 한다.

하지만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젊은 시절과 달리 빨간 신호등을 기다린다. 잠시 생각도 고르고 여유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잠깐이라도 멈춰 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빨간 신호등에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화여고 수학 선생님이던 그는 1976년 1월 9일 누님이 있던 시카고로 유학 왔다. UIC에서 5년간 통계학 공부를 하던 중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푹 빠졌다. 이후 UIC와 리지우드 노리지 학군에서 데이터 관련 일을 하다가 1995년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한 민간 기업(Thelen Materials)으로 옮겼고 2013년 은퇴했다.



"학교에만 있다 보니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 컴퓨터와 교육 관련 회사도 직접 운영해봤는데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한 탓인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의 인생관은 '조금 손해 보고 사는 것'. 양보와 배려를 통해 누군가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언젠가 그 행복이 자신에게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그는 중학교 입학과 함께 큰 누님의 권유로 보이스카우트에 입단, 고교 졸업 때까지 활동했다. 지금도 보이 스카우트의 정신(to do my best to do my duty)을 간직하고 있다. 자녀들도 컵 스카우트로 활동했다. 한국과 달리 자녀 활동에 부모의 참여가 활발한 미국 시스템 덕분에 함께 캠핑도 하는 등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두 아들로부터 손주 넷을 본 김 회장은 "자식 키울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몰랐는데, 손주들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키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며느리의 아이디어로 나중에 손주들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손주들의 성장 과정을 틈틈이 메모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 어디에서는 '시니어'라는 말이 '도서관'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나이든 이들의 경험과 지혜가 바로 도서관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그는 미국 내 50여 곳에 이르는 내셔널 파크 중 절반 가량을 다녀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캘리포니아 데스 밸리(Death Valley National Park). 마치 한국의 템플 스테이처럼 고요와 적막 속에서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들려주었다.

그는 40여 년의 이민 생활에 대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면 누구나 안정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미국 문화가 잘 맞는 것 같다"고 만족스런 평가를 했다. 그리고 "시카고는 겨울이 길어 다른 곳으로 여행을 꿈꾸게 되고, 여행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으니 시카고의 겨울은 외려 고마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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