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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돈 얽매이지 말고 20대 때 꿈 좇으시길

세컨드 라이프
노후보다 제2 청춘 즐겨라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왼쪽·로버트 드 니로)은 30세 여성 줄스(오른쪽·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산다.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왼쪽·로버트 드 니로)은 30세 여성 줄스(오른쪽·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산다.

‘노후’ 관점서 보면 속절없는 시간
나만의 가치 실현이 두 번째 인생
영어 공부 3년 만에 인터뷰 도전
미국 대학서 마이크 잡고 강의도


부모 세대에게 노후란 늙음을 버티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새로운 인생 공식이 필요하다. 가장 유능하고 가장 쓸모 있어진 나를 데리고 가장 나다운 성공을 이룰 두 번째 기회, 바로 '세컨드 라이프'다.

대학 시절 '쟤라면 50대에도 멋지게 살 거야'라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예상대로 명문대 교수가 됐고, 강남에 고급 아파트와 골프 회원권, 대기업에 다니는 자녀들까지, 또래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중년 스펙'을 자랑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얼마 전 동창 모임에서 만난 그 친구는 한껏 풀 죽은 모습이었다. 대화에도 잘 끼지 않고 의욕도 없어 보였다.

잘나가던 대학 친구 풀죽은 까닭은



"요즘 어떻게 지내?"

"재미없게 지내지 뭐. 요즘엔 골프 치는 낙으로 살아."

"너 엄청 바쁜 거 아니었어? 학회 일이며, 연구 프로젝트도 하고, 어디 단체 자문도 맡고 있잖아. 골프장 갈 시간이 있어?"

"다 옛날 일이야. 요즘엔 아무도 날 안 불러주더라. 시간이 얼마나 남아도는지 글쎄, 일주일에 사흘씩 골프장에 간다니까."

누군가에겐 일주일에 사흘씩 골프 치러 다니는 게 성공한 자의 여유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표정에선 유유자적의 달콤함이 아니라 진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여전히 잘할 수 있는데 50 중반을 넘자마자 찾는 이 하나 없어졌다. 속상하고 억울해도 사회적 체면 때문에 아쉬운 소리는 못하겠고,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으니 굳이 애쓰며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결국 남아도는 시간을 죽일 방법은 골프밖에 없더라는 씁쓸한 자기 고백이었던 것이다.

"미경이 너는 요새 엄청 바쁜 거 같더라. 얼마 전에 유튜브 보니까 영어로 외국사람 인터뷰도 하고 미국 가서 강의도 하던데, 안 힘드냐? 그 나이에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당연히 힘들지. 근데 또 엄청 즐거워. 너 기억나지? 나 대학 때 외국 나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잖아. 그땐 돈이 없어서 포기했지만 지금은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더라고. 이제부터 진정한 세컨드 라이프가 시작되는 거지."

"응? 세컨드… 라이프? 그게 뭔데?"

"두 번째 청춘 말이야. 20대에 두고 온 꿈을 50대의 내가 다시 찾아서 현실로 만들 두 번째 기회. 그게 바로 세컨드 라이프야."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평생 남부러울 것 없이 살며 매사 심드렁하던 그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던 순간이.

인생에는 그 시간에 이르러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50대가 돼서야 내가 깨달은 것 하나는 지금의 내가 20대 시절처럼 자유롭다는 거다. 처음 성인이 된 20대가 내 인생의 첫 번째 청춘이었다면, 30년을 열심히 살아내서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50대는 나의 두 번째 청춘이다. 살아오면서 가장 똑똑하고 여유롭고 지혜로워진 내가 온전히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쓰고 돈을 쓰면서 살 수 있는 기회. 우리에게 주어진 이 두 번째 인생을 나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고 부른다.

20대의 나는 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낯선 언어에 도전하는 인생을 꿈꿨다. 외국에 나가 공부하면 '딱' 내 스타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고 아이 셋을 낳아 키우며 유학이란 내게 가닿지 못할 불가능한 꿈이 됐다. 그런데 50대 중반이 되니 신기하게도 내 삶의 모든 지표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오랜 꿈인 '유학'을 가리키고 있었다. 돈, 실력, 경험 등 20대 시절의 결핍이 모두 채워지고 아이들까지 성인이 되고 나니 시간마저 자유로운 내가 된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뜨거운 감정으로 벅차올랐다. '그래, 지금부터는 진심으로 나를 위해 사는 거야!'

그날부터 나는 무작정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수십 가지 방법을 전전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공부를 이어왔다. 쉽게 늘지 않는 영어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잠깐이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지혜를 가지고 금세 일어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공부에 매진해왔다. 그 덕분에 이제는 외국인들과 짧은 대화 정도는 해내는 수준이 됐다. 그 자신감으로 용기를 내서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외국인 저자들과 영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저자 요나스 요나슨을 직접 만나 영어로 대화하다니! 예전의 나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친김에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인터뷰 투어를 떠났다. 한국에서야 30년 가까이 강의를 해왔고 한국어로야 말하는 데 거침없는 나였지만, 이역만리 땅에서 영어로 인터뷰한다고 생각하니 그런 떨림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리고 운 좋게 'BTS 수업'으로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샘 리처드 교수를 만났는데, 그가 내 얘길 듣더니 갑작스러운 제안을 해왔다.

"조금 이따 시작되는 제 수업에 학생들이 800명 정도 들어오는데 미경씨가 직접 영어로 강의해보면 어때요? 당신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저 한 번도 영어로 강의해본 적 없어요. 더구나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 앞에서 하라니, 절대 못 해요."

하지만 샘 교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나를 강의실로 밀어 넣었다. 맙소사. 상상만 해오던 영어 강의가 갑자기 현실이 된 것이다. 초긴장 상태에서 벌벌 떨며 무대에 섰다. 그런데 27년 강사 경력이 덕분이었을까? 일단 마이크를 잡자 내 속에 있던 간절한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또박또박 천천히 아주 쉬운 영어였지만 말이다.

나다운 세컨드 라이프 설계, 다들 했으면

"저는 한국에서 27년간 강사로 활동했고, 앞으로의 꿈은 세계적인 동기부여 강사가 되는 겁니다. 그 꿈을 위해 2년 전부터 영어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제 친구들은 말했죠. '포기해. 영어를 배우기엔 넌 너무 나이가 많아. 불가능한 일이야.'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너나 포기해. 이건 50에 찾은 내 꿈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마침내 오늘 제 꿈은 첫발을 뗐습니다. 오늘 이 강의가 저의 첫 번째 영어 강의거든요."

그 순간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다시 한번 진정한 소통은 언어가 아니라 진심임을 확인했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사랑한다. 철부지로 시작해 아내로 엄마로 또 강사로 기업인으로 살아온 첫 번째 나의 인생을 사랑한다. 그 애절한 사랑만큼 나는 이제 두 번째 나의 인생을 간절히 사랑해주려 한다. 세컨드 라이프를 설계하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우고 가치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정점에서 내려오는 '노후'가 아닌 내 인생을 완성하는 '세컨드 라이프'를 살겠다고 결심한 순간, 우리들의 두 번째 청춘은 시작된다. 누구보다 자신의 퍼스트 라이프를 열심히 살아낸 멋진 내 친구도 이제 더 이상 느닷없이 찾아온 한가로움에 씁쓸해하지 않는다. 자기 인생에 세컨드 라이프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의 세컨드 라이프에 얼마나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까? 벌써부터 설렌다.

김미경 사람들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50대 중반부터 유튜브 채널 '김미경TV' 크리에이터이자 국내최초 유튜브대학인 'MK유튜브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미경 / 유튜브 김미경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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