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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도 성폭력 만연…고발했다가 오히려 실직 당해"

영국 가디언, 피해 사례 보도

할리우드에서 시작돼 영국과 미국의 정치권 등을 강타한 성폭력 파문에서 유엔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유엔에 성희롱과 성폭력이 만연하고 있다며 유엔 전·현직 근무자들의 피해 사례를 고발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유엔 사무소 곳곳에서 성희롱과 성폭행 등이 발생했으나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면책권 등을 이용해 지금도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 등에 따르면 유엔 조직 전반에 '침묵의 문화'가 존재하며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고충처리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이 인터뷰한 피해자 15명은 지난 5년간 성폭력 또는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내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중 피해 여성 7명은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일자리를 잃거나 후속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이후 진행 과정을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세계 여러 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피해 여성 3명은 성희롱이나 성폭행 피해를 보았다고 보고했다가 강제 퇴직을 당하거나 계약 해지 위협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가해자 중에는 현직 유엔 고위급 간부 1명도 포함돼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 피해 여성은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정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고 결국 내가 해고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병원에서 몇 달간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입증할 의학적 증거와 목격자 진술도 있었지만, 유엔은 내부 조사를 거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유엔 조사팀이 핵심 목격자의 증언을 확보하지 않거나 진술 내용이 담긴 보고서 사본을 유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기구에서 일할 때 성폭력을 당했다는 한 여성은 감찰관으로부터 탄원 외에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고발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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