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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9ㆍ11 테러’…늘어나는 암환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1 19:47

11일 17주기 추모식 진행
희생자 명단에 없는 피해자 발생
희귀한 남성 유방암 환자도 20여명
먼지ㆍ화학물질 등 발암물질 연관

17년전인 2001년 9월11일.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들이 납치한 비행기가 뉴욕 맨해튼 남쪽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으면서 미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3000여명이 숨졌다. 이틀 이상 심한 먼지가 가라앉지를 않았고, 3개월 이상 돌무더기 잔해들이 불탔다. 특히 플라스틱이 오랫동안 타면서 대기중 발암물질 농도가 극에 달했다.

11일 오전 8시42분(현지시간)부터 시작된 ‘그라운드 제로’ 추모식에는 당시 희생자의 유족과 생존자, 구조대원 등 수천 명이 모였다. 테러가 시작된 8시46분에 맞춰진 추모식이었다.


9ㆍ11 테러 17주기를 맞아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서 두개의 거대한 빛줄기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추모식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됐다. 그러나 여기에 호명되지 않은 희생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테러 잔해에 처음 노출됐던 소방관과 응급요원들, 주변을 걷던 사람들이 암환자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 당시 맨해튼 다운타운에는 회사원과 학생을 포함한 40만여명이 있었고, 테러 잔해를 수일 동안 들이마셔야 했다. 20년이 다돼서야 피해를 확인하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를 ‘잊혀진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생명을 구한 운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뒤늦게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9ㆍ11 피해자 명단에 들기 위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뉴욕시 소방부서의 의료총책인 데이비드 프레전트에 따르면 테러당시 343명의 소방관과 응급요원이 숨졌는데, 이후에도 150명 이상의 소방관이 질병을 얻어 사망했다. 질병의 대부분은 폐암이었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아이칸의대 마이클 크레인 교수는 9ㆍ11 테러 현장에서 일했던 소방관과 경찰관, 응급의료요원 7만2000명의 예후를 추적해 왔다. 그 결과 10분의 1 이상인 8000명 이상에서 암이 발병했다.

크레인 교수는 “독극물과 같은 발암물질에 노출됐던 사람들인 만큼 폐암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면서 “20년이면 폐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할 시기”라고 말했다.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는 추모공원으로 만들어졌다. [AP=연합뉴스]

올해 초 뉴욕의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는 테러 당시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 사이에서 골수암이 다수 발병했다고 보고했다. 폐암과 골수암 외에도 피부암과 갑상선암, 유방암 등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소방관 뿐만이 아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대중교통으로 환승할 수 있는 장소로 실어나르던 셔틀버스 기사 엘리자베스 윌슨(59)은 2년전 은퇴했지만 현재 폐에서 암으로 추정되는 덩어리를 발견했다.

윌슨은 당시 환경보호청장이던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을 비난했다. 휘트먼이 당시 뉴욕 남쪽의 공기는 충분히 숨쉴 수 있는 공기이므로 마스크를 끼고 다닐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휘트먼은 “암을 일으킬 정도로 나쁜 공기일 줄 몰랐다”면서 인터뷰를 피하고 있다.

윌슨은 테러 현장에서 흡입한 먼지와 폐암 징후의 연관성을 인정받아 희생자보상펀드(VCF)의 도움으로 치료받고 있다. 현재 희생자보상펀드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2만874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총 43억 달러(약 4조8000억원)가 주로 의료비 지원 명목으로 지급됐다.

문제는 테러현장 주변에 있던 40만여명에게서도 서서히 병마의 증거가 나타나는 중이다. 미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15∼23명의 남성에게서 유방암이 발병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9ㆍ11 테러 현장 주변에 있다가 남성 유방암 판정을 받은 제프 플린(왼쪽)과 존 모르만도. [ABC방송]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절제수술을 집도했던 크리스티 펑크 박사는 “남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전체 유방암 환자의 0.8% 수준”이라며 “여성이 120배 정도 발병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남성의 경우 10만명당 1.3명이 유방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40만명의 절반 가운데 20명은 꽤 높은 숫자라는 설명이다. 특히나 남성 유방암의 경우 거의 마지막 진행단계에서 확진되기 때문에, 치사율이 여성에 비해 높은 편이다.

데이터 스토리지 기업인 EMC의 뉴욕 다운타운 사무실에서 매니저로 일한 제플 플린(65)도 그런 경우다. 2011년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99일동안 화재가 이어지면서 화학물질 냄새와 먼지를 끼고 데이터 서버 되살리는 일을 했다”면서 “당시 줄리아니 시장이 안전하다고 해 마스크도 안끼고 일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후회막급”이라고 말했다.

테러 당시 34살이던 존 모르만도 또한 테러 직후 증권거래소에 조기투입됐던 과거를 뼈아프게 생각한다. 테러 잔해가 어느 정도 치워진뒤 가장 먼저 거래소 현장 정리를 위해 투입됐다. 다들 영웅이라고 불러주는 통에 마스크 착용을 게을리했다. 지난해까지 철인3종 경기에도 나섰던 그는 올 3월 젖꼭지 부위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간 결과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그의 의사는 양쪽 젖꼭지에 암세포가 모두 존재한다며 두 개 모두 절제했다. 남성 유방암이 양쪽 모두에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희귀한 사례라는 설명까지 들었다. 화학치료를 받고 있는 모르만도는 “당시 테러 현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진단받기를 바란다”면서 “일찍 발견할수록 생명을 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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