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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자 한 명에 71명 감염 미스터리…승강기는 알고있었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6/30 22:59

4월 중국 헤이룽장성 감염 사례 연구
미국에서 입국한 무증상자 한 명이 도화선
엘리베이터에 남은 바이러스에 이웃 감염
최초 감염자는 완치돼 항체까지 생겨



지난 4월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경찰이 보호복을 입은 채 하얼빈 국제공항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월 초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4명이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는 70명까지 불어났다. 한 달 가까이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안심하고 있던 방역당국은 급히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귀국한 A씨가 추적망에 걸렸다. A씨는 귀국 직후 코로나19 증세가 전혀 없는 상태로 자가격리를 하던 중이었다.

무증상자 A씨가 어떻게 70여 명을 감염시키는 시발점이 됐을까.

중국 우한 통지병원과 화중과기대 연구팀은 이 미스터리를 파고들었다. 추적의 결과가 3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실렸는데,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얼마나 강한지, 방역의 조그만 빈틈을 어떻게 뚫고 확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A씨는 3월 19일 미국 여행을 마치고 헤이룽장성으로 돌아왔다. 헤이룽장성은 3월 11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청정지역'이었다. A씨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집에서 자가격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자가격리가 끝나가던 3월 31일과 4월 3일에는 두 차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집단감염의 실마리는 A씨와 전혀 접점이 없던 사람이 뇌졸중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뇌졸중 증세로 입원한 환자는 A씨의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이웃 B씨의 엄마와 같이 파티를 참석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감염이 시작된 곳은 엘리베이터였다. A씨가 탔던 엘리베이터를 이웃 B씨가 이용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이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던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는 게 연구진이 내린 결론이다. 이후 B씨에게 감염된 엄마가 파티에 참석하면서 뇌졸중 증세를 보인 환자에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다.

뇌졸중 증세를 보인 환자는 4월 초 두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여기서 의료진을 포함해 각각 28명, 20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이 시기에 무증상자 A씨의 이웃이던 B씨와 B씨 엄마도 코로나19 증세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 B씨의 동선에 미국에서 입국한 A씨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씨를 상대로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한 결과, 항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상태였던 것.

이후 방역당국은 A씨의 동선과 추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모든 사람을 검사했고, 4월 22일까지 총 7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헤이룽장성에 퍼진 코로나 바이러스는 A씨가 해외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방역당국은 결론 내렸다.

연구진은 단 한 명, 그것도 무증상의 코로나19 환자가 어떻게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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