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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수 칼럼] 일화 세 토막

[몽고메리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2/09 14:49


#1. 미국에서 대형 쇼핑몰 안을 돌며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몰 워커(mall walkers)’라고 부른다. 우리 부부도 그중 하나다. 거의 매일 아침 몰 점포들이 문을 열기 전인 이른 시간에 가서 걷는다. 우리가 애틀랜타에 이사 온 후 시작했으니 10년 가까이 됐다. 가게들이 열기 전이니 붐비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날도 걷다가 몰 안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들를 일이 생겼다. 남녀 화장실 입구가 나란히 있고 오른쪽이 남자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들어서니 안에 아무도 없었다. 용무를 보려는데 갑자기 꽤 큰 목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웬일인가 싶어 뒤돌아보니 나란히 줄지어 있는 칸막이 화장실 한구석 칸(stall)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누군가가 전화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칸에서 나오는 음성이 여자 목소리가 아닌가. 볼일을 끝내고 그냥 나오려고 하다가 궁금해서 잠시 머뭇거렸다. 멀쩡하게 생긴 젊은 백인 여자였다. “Oh my God!” 스톨 문을 나서며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태를 파악한 그녀가 내뱉은 말이다. 혼비백산한 그녀가 화장실 입구로 내달았다.
내가 아칸소주 리틀 락에서 살 때 그곳 YMCA 수영장에 수영하러 자주 다녔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수영을 끝낸 후 수영장 옆 남자 탈의실 문을 열고 들어 왔던 일이 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사람들로 탈의실 안이 북적댈 때다. 그때 그 여인은 질겁을 해서 돌아서 나갔지만 문 앞에서 옷을 갈아입던 친구가 그 여인이 탈의실에 들어섰을 때 한 말이 걸작이다. “Welcome!”
#2. 여러 해 전 집사람이 성당 일요학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을 가르칠 때 이야기다. 그 주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져서 그 원전사고의 재난을 주제로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이웃 사랑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한 어린이가 손을 들고 느닷없이 하는 말이 “그 잽(Jap)들은 천벌을 받았대요”.
잽(Jap)이란 미국 사람들이 일본사람을 비하하는 인종 차별적 용어다. 2차대전 중 미국에서 일본인은 으레 잽이라 했고 “잽들을 죽여라(Kill Japs!)”라는 구호도 널리 유행했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조센진이라고 하거나 백인들이 흑인을 니거(nigger)라고 부르는 것처럼 경멸적이고 공격적인 비속어다. 우리 말 쪽발이에 가까운 표현이다. 누구에게 들은 말이냐고 물으니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왜 천벌을 받아야 하지?”
“잽들은 우리의 원수예요”.
부모가 별 신경 쓰지 않고 하는 말을 어린이들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쪽발이들은 우리의 원수다, 되놈들은 오랑캐다, 유대인들은 돈만 안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한데 묶어 획일적 고정관념을(stereotyping) 갖게 한다. 이런 편견은 아이들 뇌리에 각인되어 나이 들면서 어떤 계기에 바뀌지 않는 한 그들 행동의 지표가 된다.
#3. 1970년대 초에 미국에 유학 와서 공부하던 친구 B군이 생존해 있을 때 내게 해준 이야기다. 부인과 두 아이를 태우고 하이웨이를 달리다 주 경찰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달라붙는 일을 당했다. 도로변에 차를 세웠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경찰관이 운전석에 있던 B군에게 차 밖으로 나오라고 명령했다. 손들고 돌아서라 하고 온몸을 수색했다. B군이 과속 티켓을 받고 그 자리를 떠날 때 뒷좌석에 앉아 있던 3살짜리 아들이 제 옆에 있던 두 살 위인 누이에게 속삭이듯 묻기를
“Did he rob a bank?” (아빠가 은행 털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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