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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정 칼럼] 나, 이제 괜찮아요!

오늘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참 대단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너무 일상화되어서 별 실감 없이, 소멸해가는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귀한 시간이니 즐겁고 보람 있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즐겁게 살아야 할 그 아까운 시간들을 가로막고 매우 힘들고 우울한 때가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 가끔씩 그런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프라이드 치킨과 라면 이야기는 괜히 했나 보다. 글을 읽은 지인들의 전화와 문자가 쇄도(?)했다. ‘원 세상에, 쯧쯧 어쩌면 좋다니’ ‘우울증이 심하면 못쓴다. 한국에 다녀가라’는 전화가 오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저런 가엾어라 쯧쯧’ 이란 문자가 오기도 했다. 한바탕 앓고 나서 심신을 회복한 내게 뒤늦은 위로의 말은 나를 몹시 곤란하게 했다.

이곳에 가족이 모두 함께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자식들이 다 한국에 있다 보니 가끔씩 향수병을 앓을 때가 있다. 주변머리 없어서 남들 앞에 잘 나서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은 꼭 하고 향수병도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털고 일어선다. 삶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누구라도 자식들은 물론이고 모임을 비롯한 많은 친구가 다 한국에 있다면 가끔은 그립기도 하고 우울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었지, 그 우울함이 나의 일반적 상태는 아닌 것이다.

그렇게 아플 때는 힘들었겠구나 하고 심상하게 봐주었으면 좋겠는데 너무나 걱정들을 하니 괜히 여러 사람들 마음 쓰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인들의 지나친 걱정과 동정 어린(?) 위로의 말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제 감기도 다 나았고 팔도 운동으로 많이 회복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우울하지도 않다. 평소처럼 잘 지내고 있는 것이다.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 출 때가 있는 것처럼 좀 다른 의미지만 그렇게 아프고 우울한 때가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시간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내게 위로의 전화와 문자가 자꾸 오자 남편은 심신이 아픈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떠벌리더니 그렇게 됐지 않느냐며 한마디 한다. 어느 곳에서나 집과 직장과 교회만 있으면 된다던 남편은, 한국에서 나처럼, 친구나 모임이 많지 않다. 여기 와서도 남편은 자신이 말하던 대로 집과 직장과 교회가 있으니 아쉬울 것이 없고 향수병을 앓을 이유도 없다. 부모로서 자식들과 떨어져 있는 것은 같지만 모성애만이야 하겠는가.

반면에 나는 많은 친구들과의 만남과 모든 모임을 다 끊어내고 얼고 떨던 자식들과도 떨어져 있으니 남편과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궁색한 자기 변명이 될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에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감정의 굴곡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이 와중에도 나를 잘 아는 오래된 친구들의 반응은 모두 다 비슷했다. ‘아팠었구나, 이제 괜찮지?’하는 가벼운 태도였던 것을 보면 내게 있었던 심신의 아픔은 그저 아플 때가 있고 치료될 때가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음을 친구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해서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부족한 나를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기쁠 때와 우울할 때를 모두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기쁜 일이나 우울한 이야기나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반적인 감정들을 좀 세밀히 표현하는 것뿐이니까 ‘그래, 그럴 때도 있지’하는 심정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나를 걱정해 주고 위로와 권면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지인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 이제 괜찮아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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