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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칼럼] 스코틀랜드 여행기

켈틱 음악을 들으면서 스코틀랜드를 찾아갔다. 스코틀랜드 정경을 담은 신비로운 그림이나 사진을 볼 적마다 은근히 끌려서 야생의 매력과 많은 전설을 가진 그곳을 직접 보고 싶었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에든버러는 흐린 날씨의 잿빛 분위기로 맞아줬다. 그러나 영국제국속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또 하나의 나라인 스코틀랜드의 문화와 행정의 중심지인 에든버러는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였던 역사와 전통으로 찬란했다.

마침 숙소가 바위산 위에 견고하게 건축된 ‘에든버러 성’ 바로 아래여서 밤낮으로 구도시의 곳곳을 맘껏 둘러봤다. 중세와 근대의 건물들 앞에서 열린 거리의 공연 또한 볼거리였다. 스코틀랜드 작가 월터 스콧의 기념탑 회전형 계단을 어지럽게 올라가서 에든버러 동서남북 경관을 볼 적에 단단히 두른 스카프의 한쪽이 강한 바람에 자유롭게 휘날렸다.

그때 기념탑 까마득한 아래 길을 메운 사람들을 보며 확신한 것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속담이었다. 수 세기에 걸친 역사적인 흔적보다 작가들이 펜으로 소개한 스토리가 더 많은 관광객을 스코틀랜드로 끌어당기는 사실이다. 막상 찾아가 본 곳곳의 지역들은 실제와 가상이 과거와 현재에 흥미롭게 점철되어 있었다. J.K. 롤링의 공상 소설 ‘해리 포터’시리즈는 어른들도 아이처럼 즐긴 작품이다. 작가에게 구상을 준 마법의 신화를 따르니 작품의 배경이 된 옛 성들과 영화를 찍은 에든버러 구시가지 거리가 정겨웠고 특히 황야에서 마법의 기차가 달린 글렌피넌 고가교 주위는 완전 마력을 가졌다.

댄 브라운의 스릴러 소설 ‘다빈치 코드’에 나온 로슬린 채플도 소설과 영화 덕분에 더욱 많은 관심을 받는다. 15세기에 성전기사단 멤버였던 싱클레어와 그의 가족이 40년 걸려서 건축한 고딕 양식의 영국 성공회 교회인 채플의 우아한 외부는 오만가지 빛깔을 가진 돌로 견고했고 내부에는 성경의 스토리와 지역 환경을 담은 세밀한 많은 돌 조각상이 가득했다. 나이든 여성 가이드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교회의 역사와 문양이 지닌 뜻을 소개하는 것을 따르니 특이한 천정의 문양들이나 이곳 저곳에서 숨죽이고 있던 조각상이 하나씩 깨어났다.



15세기 블라인드 해리가 스코틀랜드의 영웅인 윌리엄 월리스의 행동을 기술한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 극작가 랜달 월리스가 쓴 각본을 멜 깁슨이 감독하고 주연한 1995년에 제작된 ‘브레이브 하트’ 영화는 개봉 즉시 각광을 받았다. 영국의 지배로부터 스코틀랜드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윌리엄 월리스는 전설적인 인물이고 스코틀랜드의 국가 영웅이다. 13세기 말, 그가 스털링 브리지에서 저항군의 지도자로 영국군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 들판의 언덕 높은 곳에 세워진 그의 애국심을 증언하는 ‘국립 월리스 기념탑’은 옛 승전의 그림자를 길게 끌고 있었다.

300 피트 높이이 역사적인 기념비를 찾아가는 꼬불꼬불한 ‘월리스의 길’은 빙하시대부터 스코틀랜드 역사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재미난 목조각 작품들로 이어졌다. 1861년에 기초를 다듬고 9년에 걸려서 완공된 고딕 양식의 기념 돌탑은 스코틀랜드의 자부심으로 우뚝 섰다. 정상까지 246회전형 계단을 올라가는 중간 마다 마련된 전시실에서 유리관에 보전되어 있는 윌리엄 월리스의 칼을 보며 섬뜩했던 느낌은 다음 전시실인 스코틀랜드의 명예의 전당에서 유명인들의 흉상 중에 낯익은 이름을 찾으면서 가라앉았다. 확 터인 정상에서 내려다본 동서남북 평화로운 정경은 아늑했고 청명한 하늘은 바람의 노래로 술렁거렸다.

거대한 호수를 끼고 북쪽 글렌코로 가면서 본 스코틀랜드 산악지형의 능선과 계곡의 싱싱한 초록빛은 아일랜드의 들판과 비슷했다. 하지만 바람과 비와 돌에 뒤섞인 아일랜드 황야의 고요함과 조금 다른 느낌을 줬다. 스코틀랜드 북부 지역의 숲과 호수에 어울려 넓게 펼쳐진 구릉과 계곡의 황야 어디선가 불쑥 전세기의 의상을 입은 무사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착각을 줬다. 007영화 ‘스카이폴’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하이랜드 계곡도 절경이었다. 드넓은 초원에 화사한 야생화들이 석양빛에 찬란하게 빛과 그림자로 어울렸다. 들판을 향해 팔을 벌리니 나에게 다가온 인상은 우습게도 자연을 배경으로 선 배우들이었다. 순간 소설과 영화로 부각된 자연인지 오히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린 ‘펜의 강함’ 인지 아리송했다.

스코틀랜드에 머물면서 그곳의 역사를 가까이서 배우고 가슴에 담는 것을 도운 것은 킬트를 입은 백파이프 연주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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