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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칼럼] 추월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6 16:01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40여년전 경부고속도로상의 옥외 사인 중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라는 표지판이 기억난다. 과속추월을 하지 말라는 홍보성 안전 캠페인치곤 극단적 표현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급한 성격의 우리 한국인에게는 머리에 남을만한 문구라 생각했다.

한국 사람은 서두르는 민족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을 포함하여 유럽에서는 곡식이나 채소, 과일의 수확기가 한달 남짓 더 지나가도 농부들은 여유가 있으며 또한 큰 탈이 없다. 이에 비해 우리 한국에서는 적기를 조금만 놓쳐도 태풍이 불고 장마가 지며, 잡초가 자라고 홍수가 지며 서리, 눈이 내려 농사를 망쳐 버릴까 봐 온 집안이 난리가 난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매사에 기다리지 못하고 허겁지겁 서두르는 것은 경쟁의식이라기 보다는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몸에 밴 습관 때문이라는 평도 있다.

분당 평균 보행수도 유럽 사람보다 15보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무엇인가에 쫓기고 산다는 것이 된다. 저녁밥도 서양 사람들은 어떠한 테마를 잡아 담소하면서 유쾌한 마음으로 2-3시간 동안, 저녁을 먹는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즐기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느긋하지만, 우리 한국 사람들은 15분이면 숭늉을 찾는다. 후루룩 들이키는 국수나 자장면 같은 음식은 5분도 늦다. 술 먹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단순 간에 취해 버린다.

밤거리에 비틀거리는 술 주정꾼이 많은 것도 한국적 밤 풍경의 특징이고, 술을 마셔도 주거니 받거니 쫓기 듯 서둘러 마신다. 미국 LA까지 갈 것도 없이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술집을 경영하는 한국의 주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인은 안주도 먹지 않고 맥주 한 두 병으로 3-4시간을 끌기 때문에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한국인 손님이 더욱 반갑다는 말이 있다.

사랑도 고백하기가 바쁘게 손목을 잡으려 한다. 이 도령이 그네 뛰는 춘향이에게 혹한 것은 춘삼월 어느 날의 오후인데, 몇 시간 후인 그날 밤 춘향이 집 별당에서 춘향을 등에 업고 사랑가를 부른다. 사랑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빠를수록 좋은갑다.
옛날에는 모든 것이 빠르다는 것은 선(善)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머리 속에 계획이 잡혀 있을 때 그 계획대로 실행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것은 현대 문명에서도 분명히 선(善)이 될 수가 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이러한 행동은 악재(惡材)가 됨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심성이 산업현장에 투사되어 산재의 세계 일등국이 되었고, 교통현장에 투사되어 교통사고 일등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의 원인은 조금 더 앞서가고 조금 더 빨리 가려는 추월심리로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이후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회동,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회동의 주제는 서로 다르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을 둔다. 이들 삼국의 정상 회담이 끝나자 마자 나온 이야기는 노벨 평화상이었고 김정은에게 노벨상을 양보하겠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결혼을 해도 옥동자가 나오려면 적어도 10개월은 기다려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해 먹는다고 해도 적정한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설익은 밥이 된다. 여기서 김정은을 앞에 두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밀고 당기는 트럼프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급한 마음에 우는 아이 달래려고 당근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협력해야 할 동반자인데, 현 상황에서 한국의 동반자가 북한인지 미국인지 애매모호하다. 한국과 미국은 보조를 맞춰야 하며, 한국이 미국을 또는 미국이 한국을 추월하려 한다면 설익은 밥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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