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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기, 흥정하듯 ‘매관매직’ 시도”

<미주상의총연 총회장>

“2만불 거절했더니,
깎아주겠다며 되물어와”
베일벗는 직위거래 실체

“강영기·장마리아·최현경
3인방이 장사하듯 흥정”
일부 인사는 녹음파일 확보도



서종태 사무총장 “강 회장,
김형률 5만불 내라고 전화”
전직 총회장들, 비대위 구성


150만 미주 한인 상공인들을 대표하는 권위 있는 경제단체인 미주한인상공회의소(상의총연·총회장 강영기)의 집행부가 규정회비보다 최고 10배 많은 돈을 미리 내야 고위 임원 자리를 주겠다며 마치 흥정하듯 직위 거래를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새롭게 공개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8개 지역협의회와 산하 78개 지역 한인상공회의소를 총괄하는 상의총연 집행부가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부정에 휩싸이면서 위상을 떨어뜨린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이들은 강영기 총회장과 장 마리아 대변인, 최현경 총회장 특보가 지난해 4~6월에 걸쳐 함께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역상의 임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구걸하듯 웃돈 납부를 종용했고 그 대가로 이사장 직위를 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전했다.

◇‘회장님, 깎아드릴게요’ = 기사에 실명을 밝혀도 된다고 한 권용철 상의총연 수석부회장(전 시카고상의 회장)은 최근 본지 취재진과 가진 통화에서 “시카고를 방문한 강 회장 일행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시카고 쪽 상의임원들과 만나면서 상의총연 이사장을 맡아달라며 2만불을 요구하길래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권 회장은 “이전에 총회장 제의를 받고도 안 했는데 이사장을 돈을 내고 맡으라니 기분이 많이 상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하며 “시카고 회장을 맡아오면서 체크로만 12만불의 사비를 썼을 만큼 헌신적으로 일해왔는데, 일을 하는 중에 필요하면 얼마든지 그 이상도 쓸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얼마를 내야 총연 이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제의해오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최현경 특보라는 사람이 계속 전화를 걸어와 ‘회장님, 1만5000불에 해드릴게요’라며 여러 번 전화해 불쾌했다”고 했다.

그는 “내일모레 칠순이고 여태껏 언론 인터뷰를 많이 해왔지만, 누구에게 잘못이 있다는 인터뷰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강 회장이 최근에 ‘매관매직을 시도한 적이 없고 (그런 주장에 대해)법적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실명으로 전화 인터뷰에 응한 이제니 상의 회원은 강 회장과 장 대변인, 최 특보가 인사 차 방문한다더니 이상한 이야기를 꺼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사업기반을 둔 이씨는 “강 회장이 나한테 이야기 좀 하자며 자리를 옮기더니 권(용철) 회장이 총연에서 수석부회장을 맡기로 내정돼 있는데 그보다는 이사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권 회장이 이사장을 하시려면 2만불을 내시고 했으면 좋겠다고 강씨가 나한테 직접 말했다”고 강조했다.

또 “강씨는 ‘댈러스에 높으신 분들이 많은데 그들을 총연에 초대하려 한다. 그들은 이사장이 5000불을 내면 시시하게 여긴다’고 배경을 밝혔다”며 “그들과 헤어진 후에도 장마리아 대변인에게서 4~5차례 전화가 와 권 회장에게 이사장 제의를 해보라고 재촉했고 돈을 낮춰줄 테니 다시 잘 말해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총연이 시끄럽지 않길 바랐고 좋은 게 좋은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강 회장과 측근들이 오히려 남 탓을 하며 허위 사실을 말하고 다니는 것을 더이상 지켜볼 수 없어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늘 도둑 소도둑 되는 격’ = 이경철 상의총연 동남부협의회장은 “장씨와 최씨가 마치 장사하는 것처럼 2만불 얘기를 꺼냈다”고 증언하면서 상의총연 위상에 먹칠한 심각한 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강영기 회장이 최근 서울에서 재외동포 소식지 ‘월드코리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또다시 김형률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이경철 회장은 “강회장이 신문 인터뷰에서 ‘김형률씨의 얼굴도 몰랐고, 식사를 한 적도 한번 없었다’고 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최현경씨가 카카오톡으로 전화해와 돈 얘기를 꺼낸 것은 물론이고, 강씨가 직접 애틀랜타를 방문해 김형률씨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30분간 미팅을 한 것은 조지아 상의 임원들은 다 아는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취재에 응한 다수의 상공인 중에는 강회장 측이 돈거래를 시도한 통화내용을 녹음한 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미국인과의 비즈니스 관계 때문에 통화중 자동녹음 앱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장씨와 최씨가 총연 매관매직 의혹에 개입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플로리다에서 작은 언론사를 운영하는 장마리아씨는 2014년부터 세계한인언론인연합회(세계한언) 회장을 맡아오다 올해 4월 세계한언이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와 통합하기 전에 회장에서 물러났다. 시기적으로 26대 상의총연 집행부에서 대변인을 맡은 것도 이 무렵이다.

장씨는 최근 본인이 일하는 신문사를 통해 ‘김형률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장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취지의 기명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최현경씨가 지난해 12월 애틀랜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평통 애틀랜타 회장이 분란을 일으킨다’는 내용과 똑같다. 강영기 회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평통 애틀랜타 회장’을 운운한 바 있다. 김형률씨는 작년 하반기에 애틀랜타 평통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한 상공인은 “김씨가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평통 회장이라는 자리를 걸고넘어지려는,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산적이며 말을 맞춘 행동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씨와 최씨는 상의총연과 사업적 이해관계가 있거나 활동비를 받는 관계로 알려졌다. 총연의 전임 회장들은 총회장 특보라는 직책 자체가 전례없던 것이라고 했다. 제보에 따르면 장씨가 개입한 골프사업체는 최근 상의총연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또한 총연으로부터 직접 비행기값과 활동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지만, 본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푼도 받지 않은 순수 자원봉사”라며 부인해왔다. 하지만 전직 상의총연의 한 고위직 임원은 “재임 시절 최씨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수고비로 체크(수표)를 보낸 사실이 있다”며 2000불 상당의 액수가 찍힌 체크 사진을 본지에 증거로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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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상의총연 일을 한 최현경씨에게 당시 대가로 건네졌다는 2000불짜리 체크. 전직 임원이 본지에 제보했다.]

◇집행부 불신 커지며 비대위 구성 = 이런 가운데 강영기 총회장과 함께 상의총연 임원으로 일해온 서종태 상의총연 사무총장도 강 회장이 웃돈을 요구했다고 제보했다.

서종태 사무총장은 최근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강 회장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 ‘나도 돈(발전기금)을 냈는데 김형률 이사장 후보가 5만불 정도는 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김씨가 누구인지 물어온 것”이라고 증언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애틀랜타 한인신문 3사와 가진 기자회견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최현경씨 배후에서 강 회장이 다 지시를 했다”며 같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상의총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총사퇴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양재일 20대 총회장을 비롯해 정주현(22대), 이정형(23대), 김춘식(24대), 강승구(25대) 등 전직 총회장들과 이사장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가운데 비대위 취지에 찬성하는 인사들의 합류가 속속 늘고 있다. 비대위는 대표단을 꾸려 오는 12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임원은 “강영기 26대 총회장이 실수를 인정하고 깨끗이 사과하면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작은 거짓을 감추다 보니 큰 화를 입게 된 꼴”이라며 “총연에 애정을 갖고 오랜 기간 헌신해온 분들의 값진 노고를, 부끄러운 처신으로 휴짓조각처럼 밟아버림으로써 상의총연의 위상에 먹칠을 한 이번 사건을 이대로 넘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매관매직은 정부 관직을 돈 주고 거래한다(매관)는 뜻으로 주로 통용되지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민간 직위(매직)도 종종 그 대상이 되곤한다.

한국에서는 한 불교 종파의 총무원장이 매관매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이 거액의 민주당 정치자금을 낸 민간인들에게 백악관 숙박초청권 등의 향응을 제공하면서 사설위원회 위원 등에 기용한 것도 매관매직 논란을 초래한 바 있다.


허겸·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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