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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불체’ 멍에벗은 어느 가족의 추수감사절

이종원 기자
이종원 기자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4/11/25 15:10

“엄마, 이젠 마음놓아도 돼”
늘 숨 죽이고 지내야했던 삶
“애들 학교도 한번 못갔어요”
행정명령 발표시 딸이 위로
“엄마 울지마, 이젠 괜찮아”

“엄마, 울지마. 이젠 마음놓아도 돼. 걱정하지 마.”

시민권자인 중학생 딸이 불법체류자 어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지난 20일 오바마 대통령이 추방유예 행정명령을 발표하던 순간, 딸과 함께 TV로 연설을 지켜보던 어머니 김모(가명) 씨는 오히려 담담했다. “15년만에 합법적 삶을 주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일 뿐이었다.

김씨 부부는 1999년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직장을 잃은 후, 철모르는 네살 아들의 손을 잡고 단돈 3000달러만 갖고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 발생 직후, 이민 문호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김씨 부부도 체류신분을 잃고 ‘불체자’로 전락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15년간의 불체자 생활동안, 김씨는 자녀들에게 가장 미안했다고 회상한다. 미국에서 낳은 두 자녀는 시민권자였지만, 첫째 아들은 영문도 모른채 서류미비자가 됐다.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애들 학교에도 한번 못가봤어요. 중학교 들어가면서 아이들도 엄마, 아빠는 불체자라고 알아차렸구요. 마음 속 상처받았을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를 위로해줬어요.”

불안하게 살아가던 김씨 가족은 이민개혁 중단과 조지아의 반이민법 제정추진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근심이 커져갔다.

“왜 애틀랜타로 왔지, 지금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고 고민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하지만 12년을 살아온 이곳을 떠나기가 어려웠고, 아이들 때문에라도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스와니에 살고 있는 김씨 가족에게 첫 희소식이 찾아온 것은 2012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31세 미만 불체자 추방유예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이다. 덕분에 첫째 아들은 추방유예 조치를 받아 대학에 진학할수 있었다.

김씨는 “제일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부모 실수로 대학에 못갔으면 평생의 한이 됐을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두번째 행정명령으로 김씨 부부는 15년만에 마침내 ‘불체’의 멍에를 벗은데 감사하고 있다. 김씨의 세 자녀들도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맛난 것을 먹으며 기도하고 축하하자”고 입을 모았다. 김씨의 다섯식구는 추수감사절 상차림 앞에서 나직하게 소원을 기도할 생각이다.

“저희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오길 기대합니다. 우리가 법을 어기고 체류하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우리들도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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