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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한인의 아이스하키 사랑

조현범 기자
조현범 기자

[애틀랜타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2/11 14:58

손자뻘 청년들에 노익장 과시
광성고-고려대-80년 LA 이민
“70세라구요?” 동료들도 놀라
‘건강하게 나이들기’ 본보기



팀스포츠 중에서 가장 거칠고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종목으로 꼽히는 아이스하키. 언제 벌어질 지 모르는 주먹싸움은 프로 하키 최고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혈기왕성하고 인내심 부족한 청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70세 한인 오승권(70)씨는 매주 금요일 알파레타의 한 아이스링크에서 손자뻘의 건장한 백인 청년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경기를 뛴다. 은퇴 후 시작해 벌써 8년째다.

이들이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경기를 살살 한다거나, 오씨가 노인이기 때문에 봐주는 일은 없다. 퍼크에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4개월만에 다시 빙판에 나온 오씨를 ‘70세 노인’이라고 표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6개월 전 제구력이 부족한 같은 편 선수의 슛에 등을 맞아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이내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스틱을 잡았다.

빙판에 다시 나온 그를 맞이한 것은 금요일 자유 게임시간에 만나는 하키 친구들이었다. 고등학생부터 20~30대가 가장 많고, 오씨 다음 연장자는 55세이다. 오씨는 “늙은이처럼 하면 안 끼워주니까 몸 사리지 않고 들이받는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그와 여러번 경기를 벌여봤다는 단 헌트(55)씨는 오씨에 대해 “아이스하키 다운 아이스하키를 한다”며 그가 70세라는 사실에 “오늘 처음 알았는데 충격적이다. 많아봐야 나랑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움직임만 보면 40대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라며 놀라워 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오씨가 몸 푸는 모습을 보며 “공수전환하며 돌아서는 자세가 그야말로 교과서적”이라며 감탄했다.

1949년생인 오씨는 하키 명문 광성고등학교 신입생 시절 시범경기를 보고 매료되어 하키를 시작했다. ‘명문’이라봐야 그 시절 한국의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은 겨울 합숙훈련을 위해 춘천의 산중 호수를 찾아가야 했다.

기온이 영하 27도까지 떨어지는 날은 “여관방 안에 널어둔 빨래가 밤새 꽁꽁 얼기도 했고, 하키 스틱이 쌀 한가마니 가격이라 신주단지 모시듯 아껴 사용해야 했다”며 오씨는 그때를 회상했다.

광성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에서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지만,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날아온 징집영장과 함께 오씨의 하키 인생은 끝이 날 것처럼 보였다.

제대 후에는 회사생활을 했고, 1980년에는 LA로 이민을 선택했다. LA폭동으로 가게를 잃고 망연자실했던 그는, 애틀랜타로 터전을 옮겨 20여년간 뷰티서플라이 업체를 운영했다.

여느 한인 이민자처럼 그는 늘 바빴고, 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당뇨와 동맥경화로 위기를 겪었던 그는 “먹는 것을 함부로 하다보니, 결국 심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지금은 좌우심실에 모두 스텐트를 박은 상태”라고 말했다. 의사는 다리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추천했다. 그래서 오씨는 40여년만에 스케이트를 다시 신었다.

“수십년 만에 타려니 잘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석달쯤 스케이트를 타다보니 재미가 붙었고, 하키스틱을 잡은지는 7년이 됐지요”.

운동을 권유했던 의사는 지금은 그가 부상을 입을까 조심하시라 만류하고 있다.

오씨는 “평창올림픽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교포사회에서도 하키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며 “30~40대 정도 되면 용기 가지고 도전해보시라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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