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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 늦어지게 한 야구, 미국 대학교수 임용 땐 덕 봐”

인생의 갈림길에서 ‘병 주고 약 준’ 야구
교수 임용 면접관과 75분 ‘야구 이야기꽃’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들에게 공부 이외에 다른 일에 매진하기란 ‘언감생심’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한 유학생의 박사학위 취득을 뒷전으로 미뤄지게 한 일화가 있었으니 소문난 ‘야구광’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웃지 못할 경험담이 그것이다.

정 총재가 야구에 몰두하느라 박사학위가 늦어진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오죽 야구가 좋았으면 공부 천재인 그가 학위 취득마저 지연시킬 어려운 일을 감내했을까. 정운찬 총재는 21일 기자와 만나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게임을 거의 매 경기 빠짐없이 시청하느라 박사학위가 늦어졌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선사했다.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터닝포인트에도 야구라는 테마가 끼어든다.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 총재는 교수 임용 면접을 앞뒀다. 미국에서 교수를 한다는 것은 훗날 서울대 교수-서울대 총장-국무총리라는 일련의 성취 가도를 달리는 데 있어 일종의 출발점이자 통과의례와도 같은 관문이었다.

출중한 실력으로 박사학위를 거머쥔 그였어도 미국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을 수 있을지 쉽사리 가늠하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곤 눈 깜짝할 사이에 면접날이 다가왔다.



1차 면접은 예상대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면접관은 교수 임용 대상자인 정 총재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메리칸 문화에 대해 아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정 총재는 당황했지만, 야구를 화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갔다. 흠칫 놀란 면접관은 귀담아들은 뒤 질문을 주고받았고, 이렇게 면접관과 지원자는 무려 75분 동안 야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면접관은 면접이 끝난 뒤 다른 면접관들에게 “저기 앉은 교수 지원자는 명문 컬럼비아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 미국의 문화를 잘 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정 총재는 전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감이 붙었고 나머지 면접을 내 실력 이상으로 잘 봐 교수로 임용된 것 같다”며 “야구 때문에 박사학위는 늦어졌지만 (교수) 인터뷰 때 야구의 덕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B)의 공식 초청을 받고 미국을 방문 중인 정운찬 총재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로는 처음으로 추신수 선수가 활약한 올스타전을 직접 참관하고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와 만나 양국 리그의 스피드업과 야구장 인프라 개선, 야구 세계화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또한 쿠퍼스타운에 들러 MLB 박물관을 둘러봤고, MLB 네트워크와 MLB AM을 방문해서는 미국 통합마케팅에 관한 설명을 듣고 KBO 리그의 통합마케팅 추진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정운찬 총재는 뉴욕 쿠퍼스타운의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을 방문한 뒤 “야구인들을 이렇게 사랑하고 존경하는구나”라는 경외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고 했다. KBO 방문단 일행은 안내를 따라 ‘코리아 섹션’으로 향했다. 이곳엔 박찬호 모자, 서재응의 사인볼 등이 있었다.

정 총재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을 벤치마킹해 한국에도 야구회관에 ‘명예의 전당’을 설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 교류 증진 차원에서 한국의 야구 기념품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기증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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