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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한국 기업들 “사람 구하기 힘들어"

밀레니얼 세대 기피하는 변두리 지역 위치
‘상명하복’ 군대식 기업문화 적응 어렵고
앨라배마·조지아 지역은 이미 포화상태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등 남동부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관련 업체들은 늘 구인난에 시달린다. 각종 구인 정보 사이트와 신문사 구인란에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의 구인광고가 수시로 게재된다. 회계, 인사, 관리 등 사무직에서부터 생산직에 이르기까지 수요도 다양하다.

협력업체의 인사담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자격을 갖춘 사람을 구하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또 일을 하다가 경력만 쌓은 뒤에 미국 회사로 이직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여서 상시적으로 채용을 진행한다”며 인력채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밀레니얼 세대 ‘변두리지역’ 기피= 이처럼 협력업체들이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지리적인 요인’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앨라배마나 조지아주의 자동차 협력업체들은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에 위치해있다. 도심 지역을 선호하는 20-30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소위 ‘인기없는 지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모리나 조지아텍 등 명문대학을 나온 구직자들이 포춘 500대 기업들이 몰려있는 애틀랜타를 뒤로 하고 굳이 조지아주 외곽이나 몽고메리 지역까지 일자리를 찾아올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앨라배마주는 전국에서 밀레니얼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으로 꼽힌다. 금융정보 웹사이트 ‘월렛허브’ 조사에 따르면 앨라배마는 1980년이후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들 세대에 ‘최악의 지역’ 3위로 꼽힌다. 밀레니얼 세대의 교육 수준, 삶의 질, 경제환경 등 전반적인 평가항목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식 기업문화도 기피 요인= 한국식 기업문화도 구인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앨라배마와 조지아 일대의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서 ‘폐쇄적인 한국식 군대문화’가 여전하다는 뒷담화가 적지 않다.

라그란지에 있는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몸이 아파서 일과시간에 잠깐 짬을 내 병원에 다녀오는 일도 쉽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또 “재택근무는 꿈도 못 꾼다. 오죽하면 급여를 낮추더라도 애틀랜타에 있는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상사에 근무하는 한 현지 채용 직원(현채인)은 “한국 직원들과 미국 직원들은 퇴근 시간이 다르다. 그나마 체계가 갖춰진 회사들은 오버타임 수당이라도 나오는데, 상당수 기업들은 이마저도 없이 충성심에 기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그는 “정시에 퇴근이라도 하려면 눈치가 보인다”면서 “정시에 퇴근하면서 미국 직원들에게 박수를 받아본 적도 있다”고 푸념했다.

애틀랜타의 유명 대학을 졸업한 한 여성 구직자는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있는 협력업체들을 살펴보다가 방향을 바꾸었다. “여성이 남성적인 군대 문화를 버틸 수 있겠느냐고 하더라. 경력을 쌓고 싶은 마음에 협력업체에 지원하려고 마음먹었다가 포기하고 다른 직종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LG가 테네시로 간 이유=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에 진출할 때 ‘인력수급’ 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LG전자가 테네시주 클락스빌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이 인력수급 문제 때문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LG전자가 몽고메리 등 남동부 여러 지역을 타진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협력업체들이 즐비한 몽고메리와 조지아 등은 인력수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클락스빌 인근에 군부대가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현지 관계자는 “퇴역 군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생산직을 노크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산직의 경우 매뉴얼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고용하는 입장에서도 이를 선호한다”며 “부지 선정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차이’를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한 인사관리 담당자는 “지리적인 요인은 어쩔 수 없지만 ‘상명하복’ 기업문화를 바꿀 수는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지상사에 파견 나온 주재원들을 만나보면 미국 생활을 경험해 본 터라 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사고를 갖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나 미국인 직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비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런 인식의 격차를 적극적으로 줄여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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