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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 추억의 도시 시카고

내게 시카고는 추억이다. 시카고는 중학교 지리시간, 북미 오대호를 공부하며 눈여겨본 도시였고 ‘Hard to Say I'm Sorry’ 등 명곡으로 시대를 풍미한 그룹 ‘시카고’(Chicago)로 친숙한 곳이기도 했다.

‘바람의 도시(Windy City)’라는 별칭이 미시간호의 거센 북동풍 때문이든, 정치인들의 너무 뜨거운 설전 때문이든, 바람 불면 늘상 떠오르는 도시이기도 했다.

시카고 발음이 왜 ‘치카고’나 ‘키카고’가 아닌지 갸우뚱 한 적도 있다. 원주민들이 경작하던 야생 마늘(shikaakwa)을 프랑스 탐험가가 ‘세카고우’(Checagou)로 말한데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았다.

1988년 한 스포츠신문의 기자였던 내게 시카고는 불세출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의 연고 도시로 단단히 각인됐다. 비단 시카고 불스에 빠진 것이 나 하나 뿐이겠냐마는 1994년엔 아예 농구 담당기자가 되면서 더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덕분에 시카고를 난생 처음 방문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한국에서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 원년 리그 이후 첫 번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열린 곳이 바로 시카고였다.

너무 커서 눈이 휘둥그레진 오헤어국제공항을 시작으로 도심 곳곳에서 알록달록한 소들의 형상들을 만난 게 지금도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시카고 불스 때문에 소 형상이 많나?’ 했다가 과거 축산 엑스포가 열릴 만큼 미 전역에서 몰려온 육우들의 집하장이었다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루 쉬는 날 레이크쇼어에 나갔다. 아름다운 도심의 마천루와 미시간호반이 연출하는 스카이라인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15년을 살면서 맨해튼의 마천루보다 시카고가 더 멋진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그때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에 살고부터 시카고에 갈 기회가 통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어린 시절 책상머리와 밴드그룹의 팝송과, 단 한 번 가본 시카고의 강렬했던 기억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걸까. 영원한 ‘바람의 도시’를 여전히 그리워하기에 나 또한 ‘미안하다는 말은 하기가 힘든지도’ 모르겠다.

필자 약력: 스포츠서울 NY 편집국장, 뉴시스통신사 뉴욕특파원, 뉴욕라디오코리아 보도국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웹진’ NEWSROH 대표기자를 맡고 있다.


로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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