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공완섭 칼럼] 점입가경 미국판 ‘스카이캐슬’

해마다 여름 방학이면 미 명문대학 캠퍼스에는 탐방객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하버드와 예일, MIT등 명문대학이 밀집돼 있는 동부지역 캠퍼스는 이른 아침부터 투어버스가 골목골목에 들어찬다. 10대 가운데 8대는 중국 학생들. 방학을 맞은 캠퍼스의 정적은 주변을 아랑곳 하지 않고 떠들어대는 중국 학생들의 4성음 억양으로 여지 없이 깨지고 만다. 10대 가운데 한 대는 한국 학생, 나머지 한 대는 유럽 등지에서 온 학생들로 보면 틀림없다.

캠퍼스 투어단의 숫자나 규모는 해당 대학의 유명세와 그에 대한 갈망의 척도로 보면 된다.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막바로 온다. 학벌 따지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게 한국 학부모들이지만 요즘 중국 학부모들의 기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아이비리그 대학에 대한 ‘짝사랑’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마치 “아이비리그를 점령하라”는 특명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자녀를 이들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입시컨설턴트에게 650만 달러를 주고, 요트 경험이 전무한 딸을 특기생으로 조작해 스탠퍼드대에 입학시켰다가 들통난 중국 학부모가 그 예다. 예일대에서도 120만 달러의 뒷돈을 건네고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중국 학부모가 적발됐다.



‘어글리 중국인들’의 극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5년 SAT 만점을 받고도 프린스턴 등 3개 아이비리그대학과 스탠퍼드, MIT에 불합격, 인종차별 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도 중국인이었다. 초등학교부터 학원을 보내 SAT, ACT 고득점을 따내고, 수천 달러를 들여 리더십 프로그램 등을 마쳐 스펙을 쌓고, 전문가들에 맡겨 에세이를 주문 제작하는 걸 서슴치 않는다. 그렇게 해서 명문대에 밀어 넣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는 것이다.

중국 학부모들이 특히 명문대에 올인하기 시작한 건 9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중국인들이 돈으로 학벌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버드대 아시안 학생 비율은 24%. 4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나머지 대학들도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한 때 하버드에는 중국에서 100여명을 ‘특채’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아시안 학생 분포는 여기까지. 더 이상 받아주지 않자 또 소송을 냈다. 2014년 하버드에 낙방한 아시안 학생들로 구성 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모임(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은 아시안학생들이 점수나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우수한 데 입학시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인종차별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가리는 건 간단치 않다. 인구 5%에 불과한 아시안 학생들이 아이비리그 20~25%를 차지하다 보니 거꾸로 백인 학생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나서는 판이다.

역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일까. 할리우드 배우와 금융사 최고경영자 등 수십 명의 미국 학부모들이 뒷거래를 통해 자녀를 스탠퍼드, 예일, UCLA 등 명문대에 들여보낸 게 들통이 나기도 했다. 돈으로 학벌을 사려는 시도는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동서양 구분도 없다. 공정하기로 이름난 미국 대학의 신입생 선발과정, 아이비리그의 높은 벽도 돈으로 뚫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명문대들의 입시 부정은 빙산의 일각이다. 학교의 명예 실추를 우려해 공개하지 못할 뿐 내밀하게 조사를 하고 있는 학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한인 학부모만큼은 중국 학부모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미국에서까지 ‘스카이 캐슬’ 드라마를 재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칼럼니스트•시카고 중앙일보 전 대표]


공완섭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