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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한국교회사] 이민자들의 새로운 소속감

왼손잡이여서 어릴 적 식탁에서 어른들에게 야단 맞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억지로 오른손을 쓰게 하려고 할머니가 왼손을 묶었다는 스토리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오른손잡이들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기억하곤 합니다. 문손잡이도 그렇고, 글씨를 쓰는 방향도, 국그릇을 놓는 순서도 그렇습니다.

“나만 다르다”는 느낌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왼손을 쓰는 이들이 오른손잡이 세상에서 실제 경험하는 불편함보다 다수에 속하지 못했다는 심리적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소속감 때문에 학생들은 똑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기도 하고, 직장인들이 비슷한 모양의 커피 컵을 들기도 하고, 어른들도 여러 모임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꼭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소수가 된다는 것은 다수의 영향에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수의 세상 속에서 소수가 느끼는 소외감이나 불이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은 다수에 속한 이들은 잘 모르는 마이너리티의 경험입니다. 다수에 속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에 우리 마음 속에 불안함과 불편함이 따르기도 합니다.

많은 한인들이 미국에 오면서 마이너리티가 되는 경험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서로 다르더라도 돌아갈 고향이 있고, 함께 하는 친구가 있고, 익숙한 환경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미국의 다수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살펴야 하고, 주류사회의 영향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내가 그들 중에 하나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노력을 할수록, 한편으로는 내가 이 곳의 중심이 아니라 이방인이란 사실을 경험하곤 하지요.



그래서 한인과 같은 이민자들에게는 소속감이 더욱 소중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삶을 시작하는 그날부터 우리는 미국 사람들처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수를 이루고 영향력 있는 백인 미국인들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에 좋은 결과가 있더라도, 우리의 느린 영어나 다른 피부색은 미국 사회에서 이방인의 자리를 맴돌게 합니다.

교회는 미국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이민자들에게 소속감과 정체성을 주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민자들은 고국에서 가졌던 신앙공동체를 중심으로 모이곤 한답니다. 고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할 때 어느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고국은 이미 떠난 곳이고, 새로운 미국에서는 마이너리티이지만, 이민자들의 신앙공동체는 나의 과거를 의미 있게 보존하고 새로운 땅에서 내가 소속된 소중한 근거가 되어 줍니다.

더군다나 신앙공동체는 사회적 소속감과 정체성뿐 아니라, 마이너리티가 느끼는 정서적 현실적 소외감을 극복할 힘을 줍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자리는 이방인이 아니라 주인이 되는 자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인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모이면서 고국과 새로운 땅에서 소외된 이방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혹은 종교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지낼수록 한국인에도 아니면 미국인에도 완전히 속하기 어려운 마음일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에 속했다고 해서 마음이 편안하고 미국인이 되어도 행복을 굳게 잡기 어려운 두 세계를 함께 사는 사람들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넘어서 믿음이 주는 소속감이 소중하고, 주류와 소수민족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체성이 우리에게 절실합니다. 그래서 이민자들에게 신앙공동체는 삶의 중심이 되곤 합니다.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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