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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며칠 전부터 제가 사는 아파트 앞 잔디 위에 의자들이 놓였습니다.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아파트 앞 길을 통과하기 때문에 미리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것이죠. 피크닉 의자가 하나 둘씩 길 가에 보이더니, 어린이용 의자까지 해서 열 댓 개를 공연장처럼 세워 놓은 집도 있습니다. 넓은 사각 담요를 펴 놓고, 그 가운데 국기를 꽂은 모습도 있습니다. 권투 경기 링처럼 막대를 세우고 줄로 둘러 놓은 곳도 있습니다.

한인교회들도 미국 독립기념을 비켜가지는 못합니다. 개인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거나 휴일을 즐기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의 저녁예배나 새벽기도회 시간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더 적극적으로는 지역별로 이루어지는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한복을 차려 입고, 전통악기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퍼레이드에는 교회가 지역의 일원으로 또 한인대표로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갑니다.

원래 한인들이 모이던 교회이니까 자연스럽게 함께 참여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교회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왕 함께 하는 자리에 한국을 소개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두 문화가 만나는 교육적인 좋은 경험으로 삼기도 합니다. 교회답게 이웃의 참가자들에게 간식과 휴식 장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구요.

미국인 이웃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것입니다.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축제에 참여하고, 앞장 서서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많은 이들에게 환영 받을 것입니다. 가장 미국적인 날에, 지역에 자리잡은 교회들이 밖으로 나와 함께 어울리는 좋은 모습이니까요. 여러 민족이 함께 이루어가는 다양성은 독립기념일에 되새기는 중요한 미국적 가치입니다.



한인교회가 미국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참여한 것은 꽤 오래 되었을 것입니다. 미국 초기 이민자들이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에 정착할 때부터 한인회와 교회는 뗄 수 없이 얽혀 있었을 테니까요. 이민자들이 가족 같은 공동체를 이루고 신앙을 통해 선행을 나누려는 마음이 자연스레 지역에 나타난 것일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를 통해서든 아니면 한인회를 참여하든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한인교회도 미국에 자리한 공동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합니다. 한국에 있는 교회들은 독립기념일 행사에 마음을 쓰지 않겠지요. 언제인지도 모를 것입니다. 대신 광복절이나 6월 25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한인교회는 한국인들이 모여서 한국말로 예배하는 공동체라서 가끔 깜박하지만, 역시 미국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기도 속에는 미국이 있고, 우리 지역을 위한 선한 마음이 있고, 미국인들과 함께하는 사명도 있습니다.

한인교회가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의 종교적 환경이 여전히 교회에 우호적인 것을 경험합니다. 미국은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실제로 우리 지역 퍼레이드에는 다른 종교도 팀을 이루어 참여하는데 그 규모가 시카고 지역에서 다 모인 것처럼 성대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웃에게 친근하고 거부감 없이 교회들의 참여는 자연스레 환영 받고 있습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다른 종교인들이 다수를 이루는 중동, 태국, 인도에 같은 곳이라면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한인교회들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미리 의자를 내어다 놓을 정성은 없지만, 우리 집 앞을 지나는 퍼레이드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사는 사람인 것을 기억하게 하는 날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위한 기도와 사명도 우리 몫이겠지요.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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