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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인생은 직선과 곡선이 교차한다

돌아가는 길은 멀다. 힘들다. 직선으로 달리면 금방 도착할 곳도 돌아서 가면 시간이 더 걸린다. 직선은 굽은 데가 없는 곧은 선이다. 곡선은 두 점을 이은 선이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선이다.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도형은 부드럽고 꼭짓점이 없다. 곡선은 구비구비 돌아 원상태로 복귀한다. 인생은 직선과 곡선이 교차된다.

직선으로 잘 달리다가 암초에 걸려 넘어지고 곡선 따라 쉬엄쉬엄 돌아간다고 꼭 험난하지만은 않다. 살아있는 만물은 곡선이다. 사람의 몸은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선이다. 여인의 고전적이며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우아한 곡선에 담아낸 르누아르는 말년에 류머티스로 누워서 그림을 그렸지만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고 여인의 아름다운 곡선미를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직선은 인간의 창조물이다. 직선은 인간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문명의 성과다. 철도는 직선이다. 제임스 와트(James Watt, 1736~1819)가 1765년 발명한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린다. 기차는 곡선이라는 자연의 저항을 뚫고 달려야 한다. 바닥의 곡선을 요철로 평탄치 않은 지형을 평평하게 해야 한다. 철도의 방향은 직선이여야 한다.

철도에서 곡선의 방향은 선로이탈을 의미한다. 회화의 원근법은 3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표현하는데 철도는 3차원의 공간을 직선이라는 2차원으로 축소한다. 철도의 평행선은 원근법적 소실점의 대표적 사례다. 소실점은 실제로는 평행하는 직선을 투시도상에서 멀리 연장했을 때 만나는 점이다. 기하학적 원리의 투시도법에 의하면 시선과 평행한 모든 직선은 수평선 위의 한 점인 소실점으로 모이고 물체의 크기는 거리에 비해 작아진다.



도로는 직선이어야 하고 평평해야 한다는 근대공학의 원리를 아주 이상적으로 구현한 철도는 도로에 대한 기존 관념도 바꾸게 된다. 이전의 도로는 강이 있으면 강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달렸다. 산이 있으면 비탈을 피해 한참을 돌아서 올라갔다. 그러나 직선의 철도가 나타나면서 도로도 직선으로 뚫리기 시작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중략) 곧은 길만이 길은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은 아닙니다./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중에서

그대여! 남들이 장애물 없이 직진하고 직행열차 타고 초고속으로 달린다고 주눅들지 마세요. 돌아간다고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인생이 꼬이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이 단숨에 도달하는 길을 혼자 뒤쳐져 간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공평하지 않는 세상을 편하게 사는 방법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는 길 험난하고 때론 숨이 막혀도 돌아가는 길목에 지천으로 핀 들꽃은 밟지 마세요. 새도 하늘길을 똑바로 날지 않습니다. 오락가락하며 외롭지 않게 함께 먼 길 떠납니다. 뱃길도 직선으로만 펼쳐지지 않습니다. 거센 파도를 견디며 이리저리 뒤척입니다. 직선이던 곡선이던 종국에는 소실점에서 하나로 만납니다. 힘들어도 쓰러지지 마세요. 쫄면 찌질이가 됩니다. 대지는 어둠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 쓰지만 빛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까지 세상은 어둡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돌아가는 길이 힘들어도 버텨주세요. 마디 없이 사는 그날까지 어머니 젖무덤처럼 부드럽고 아늑한 곡선 그리며 힘든 오늘을 견뎌주세요. (Q7 Fine Art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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