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채플린 세계 엿보기] (28) 아파 보니 보이네

지난 두 주간은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성찰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두 주 동안 위장에 문제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잘 견뎌갔다. 토요일 저녁 병원에서 밤근무를 하고 주일 아침에 퇴근했다. 날씨가 좋아 공원에 가서 잠시 산책을 했다. 하지만 위장의 고통은 계속되었다.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화요일 화상 수업 중에 동료들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집중하려 애썼다. 하지만 위가 메스꺼웠고, 쉬는 시간에 두 번 토하며 제대로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어떻게든 수업만이라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수업 후, 저녁에 병원 밤근무를 해야 했기에 휴식을 취했다. 몸의 상태가 근무를 갈 수 없을 만큼 나빠져갔다. 어지러웠고, 피를 토했고, 검은 변을 보았다. 결국 레지던트 동료와 밤 근무 일정을 바꾼 후 매니저에게 상황을 알렸다. 매니저는 나의 증상을 확인하고, 근무 일정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며 쉬라고 했다. 직원건강부서(Employee Health)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곳에서 ‘오케이’ 해야 다시 병원에 일하러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목요일 매니저의 조언에 따라 직원건강부서에 연락해서 나의 증상을 알렸다. 그 후 직원 담당 간호사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간호사에게 나의 증상을 설명 하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 했다. 콘델병원 응급실로 갔다. 접수를 하고 CT 촬영과 COVID-19 검사 받고, 오후 8시 MRI를 찍었다.

밤 12시부터는 다음날 위내시경 검사를 위해 금식을 했다. 밤새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거의 2시간 간격으로 간호사가 방에 와서 체온과 혈압을 체크했고, 때로는 피를 뽑아갔다. 제대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없던 병도 생길 판이었다. 모든 검사 결과 이상은 없었다. 다만 헤모그로빈 수치가 낮아 수혈을 받았다. 기분이 묘했다. 오후 2시 위내시경 검사 후, 밤 동안 약물을 투여하면서 치료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하루 더 머물라고 했다. 위내시경 결과도 좋았다. 다만 약해진 위를 위해 약 처방을 해주었다. 2달후에 재검사를 받으라는 조언과 함께.



의사는 내가 많이 약해져 음식 공급이 필요하니 병원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 더 머물라고 했다. 병원에서 주는 음식을 먹기 위해 하루를 병원에서 더 자라고? 미친 거 아냐? 나는 점심 먹은 후, 간호사에게 퇴원하겠다며 두 번이나 요청을 했다. 결국 의사의 동의로 퇴원할 수 있었다. 시키는대로만 하면 호구가 되는 것임을 경험했다.

퇴원 준비를 하며 옷을 갈아 입었다. 환자에서 채플린으로 나의 정체성을 되찾아가며 기분이 좋아졌다. 3일만에 만난 가족들이 퇴원을 축하하기 위해 모두 병원으로 와 주어 너무 기뻤다. 병원에 머물면서 수고해준 의료팀과 스텝들의 수고를 잊지 못할 만큼 고마웠다.

입원한 동안 기도해주고 관심 가져준 모든 관계된 사람들이 있었기에 고마웠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채플린에서 환자가 되어 그들이 병원에 입원부터 퇴원까지 겪는 과정을 체험했다. 그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어떤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럼에도 코비드-19에 감염되어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고통과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두려워하는 사람들, 완치 후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 사망한 사람들, 유가족들,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의료팀들의 절망을 생각할 때 도저히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힘내고 잘 극복해서 그들의 생생한 경험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 [목사•콘델병원 채플린]


최영숙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