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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리틀 라이브러리, 작은 교회

지난 3월부터 동네를 걷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계획에 없었지만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동네 구석구석을 다시 보게 되는 즐거움도 생겼습니다.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를 헤아리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었습니다. 집 앞에 세워 놓은 우편함보다 조금 큰 모양이라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고 했습니다. 집 앞에 3-4피트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정성스럽게 제작된 상자마다 뾰족 지붕모양, 동화속 집 모양, 현대식 건물 모양 등 거의 예술 작품처럼 꾸며져 있었습니다. 골목을 걸을 때 잊을 만하면 하나씩 나타나곤 합니다.

이 상자들은 전면에 유리로 된 문이 있어서 안에 있는 책들을 들여다 보게 했습니다. 동화나 잡지처럼 친근해 보이는 책들도 있고 철학자 이름이나 경제학 서적도 한 눈에 들어옵니다. 작게는 20권 정도에서 많게는 50권 정도까지 켜켜이 쌓아 놓은 책 상자. 말 그대로 지나던 누구나 책을 가져다 보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그 작은 상자에는 나누어 볼 책을 고르고 채워 놓는 손길이 있고, 멈추어 서서 책 제목을 읽는 내려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들이 소개하는 여러 이야기들, 책으로 인해 새로 시작하는 꿈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이들이 또 다른 이들과 나누는 시간과 삶의 모양들이 쌓여갑니다. 도서관이 책과 생각과 이야기를 위해 함께 모이는 곳이라면, 그 작은 책상자들은 골목에 옮겨다 놓은 작은 도서관이 맞습니다.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 운동은 2009년에 위스콘신 서쪽 끝의 허드슨이란 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볼(Todd Bol)이란 아저씨가 자기 집 앞에 기둥을 세우고 상자를 얹어 책을 나누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학교 선생님이었고 책을 좋아하는 분이었던 것을 기억하여 자신의 차고에 있던 나무들을 모아 첫 리틀 라이브러리를 시작했습니다.

토드 자신도 학교 교사였던 적도 있었고 당시에는 무역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친구와 함께 리틀 라이브러리를 자원자들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확대하기 시작하였고 미 중서부 지역으로 그 꿈과 책들이 퍼져나갔습니다. 그의 첫 목표는 2510개의 리틀 라이브러리를 세우는 것이었답니다. 카네기가 지원했던 도서관의 숫자였다고 합니다. 3년 만에 첫 목표를 넘어서고 2016년부터는 국제적인 운동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리틀 라이브러리 상자를 통해 세계 99개국에서 수백만 권의 책을 나누어 보고 있다고 합니다.

도서관에 갈 수 없는 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갈 수 없어도 우리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어야 하고, 젊은이들은 미래를 준비하여야 하고, 어른들은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동네를 걷다가 발견하는 책상자는 우리에게 이야기와 꿈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우리는 교회에 모이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Covid-19은 함께 모여서 이루던 소중한 시간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모일 수 없으니, 공동체가 하던 일이 뒤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함께하던 예배와 기도시간이 없어지면, 그리스도인들은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기도는 계속되고, 소망의 메시지는 여전히 우리의 정체성이고 우리가 이웃과 나누어야 할 복음입니다.

그렇다고 다같이 겪는 어려움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리틀 라이브러리가 진짜 도서관을 골목으로 가져왔듯이, 작은 교회를 우리의 자리로 옮겨올 때입니다. 믿음과 소망이 숨쉬고 나누어 지는 곳이 작은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사랑 커뮤니티 교회 담임, McCormick 신학교 겸임교수]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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