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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맛과 멋

이번 주말 날씨는 50~60도(F)룰 웃도는 봄날입니다. 모처럼 지인들과의 만남이 아침에 또 저녁에도 두 차례 있었습니다. 의례히 만나면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동안 지냈던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서 두 세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이 예사입니다. 식사는 주로 이곳에서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을 찿습니다. COVID-19 전에는 긴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요즘은 그런 수고를 치르지 않고도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 집은 저먼 팬케익이 맛있는 집이고, 포테이토 펜케익에 애플소스와 사우어크림을 올려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또한 일품인 곳도 있지요. 아침 메뉴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같은 오믈렛을 시켜도 그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식당만의 독특한 조리방법에 따라 아주 부드럽기도 하고 뻑뻑하기도 합니다. 그 위에 올리는 탑핑을 잘 선택하면 감칠맛 나는 음식을 대할수록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멕시칸 오믈렛 위에 칠리소스를 사이드로 함께 먹습니다.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흡족합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 웨이터는 식탁 주변을 배회합니다. 계속해서 커피가 더 필요하냐? 다른 필요한 음식이 더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때론 식은 커피대신 뜨거운 커피를 담은 찻잔을 바꿔주기도 합니다. 사이드 디쉬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빈 접시를 신속하게 치워 주기도 합니다. 식탁의 주인은 음식을 먹는 우리지만 식탁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은 친절한 웨이터입니다. 우리도 그를 향해 최대한 예의를 지켜줘야 합니다. 친절을 베풀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말아야합니다. 건방진 태도나 무례한 손짓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은 본의 아닌 갑질이 됩니다. 식탁의 맛은 음식이 만들고 식탁의 멋은 식탁의 주인과 웨이터의 배려와 감사함이 만들어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저녁시간까지의 여유로운 시간도 있었겠지만, 뒤란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이끈 것은 나를 밀고 가는 따뜻한 봄볕이었습니다. 어깨 위로 쏟아지는 따사로움을 등에 업고 흐뭇하게 걸었습니다. 초록 잔디 위를 걸으며 문득 봄날의 맛은 바로 이것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봄의 맛이 내게 쏟아져 내렸습니다.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담백한 봄맛을 느끼고 있습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기라. 아니 오늘을 그 누구도 아닌 자기걸음으로 걸으라고,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봄은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따뜻한 양지에 앉아 젖은 낙엽을 들추어 내면 영락없이 솟아나는 새싹들, 바람에 밀려 걷다 보면 눈가에 걸려오는 꽃봉오리들 깊은 생명의 신비와 기적 같은 부활의 설렘은 오롯이 봄의 멋입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봄의 멋입니다. 봄은 독특합니다. 누구나 몰려가고 휩쓸리는 줄에 서있지 않습니다. 봄은 자기걸음으로 묵묵히 걸어 드디어 오늘 이곳, 우리의 눈앞에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살의 지향이 바로 봄의 멋과 닮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삶의 맛과 멋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오늘이라는 현실은 생명에 기인해야합니다. 생명을 키우는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여러가지 정의로 해석되지만 나는 오늘 이 따뜻한 봄날 잔디 위를 꿈처럼 걸으며 사랑은 변하지 않는, 아니 변할 수 없는 담백한 맛과 멋에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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