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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높은 계단을 오르면서

난 나에게 물었다 “너 지금 뭐하고 있니?” “나 지금 계단을 오르고 있어.” 아직도 낯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나는 조심히 한발 한발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를 가고 있는데?” “저기 보이잖아 저 위를 향해 가고 있어.” “ 저 위엔 뭐가 있는데?” 나는 또 나에게 물었다. 사실 난 저 위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막연히 저 위엔 푸른 희망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난 내가 왜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미국에 정착한 후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계단을 올라왔다. 지금도 어느 계단을 오르고 있다. 어느 지점에서 허리를 펴고 바람에 땀을 식혀보지만 여전히 보이는 계단은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와 같이 커다란 바위를 굴려 산 위로 옮겨 놓으면 바위는 산 아래로 굴러 내리고 다시 그 바위를 굴려 정상을 향해 오르고, 그 바위는 다시 굴러 내리고, 정상으로 돌을 옮기는 노동은 계속되고, 평생 그 행위는 반복되고, 그건 형벌이었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의 신화’에서와 똑같이 반복되는 현대인의 일상을 함께 고민하면서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젖어가는 자아의 상실과 잃어가는 영혼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바위를 혼신의 힘을 다해 밀어올리는 노력과 성실함을 통해 바위라는 삶의 무게와 자괴감을 오히려 의식의 시간으로 깊은 호흡으로 바위보다 더 강한 힘으로 반전시키고 있다. 회피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막연히 나의 운명이려니 받아들이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부조리를 똑바로 응시하며 ‘살아내는 삶’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외부의 어떤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인식과 노력으로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일궈내는 일이 의미 있는 삶이 된다. 시지프스의 형벌이 시지프스의 행복으로 바꾸어가는 의식의 패러다임이 현대인이 가지고 살이야 할 사유임에 틀림이 없다. 삶의 의미와 행복은 바로 여기에서 꽃피우기 시작된다.(시인, 화가)

인생의 계단을 오르며
계단을 등에 지고 있는


자화상을 발견하곤 했다
내 앞에 나라는 바위,
또한 나라는 연민이 서있다
계단을 오르는 노동
땀을 씻으며 내려오는 즐거움
강의 부드러운 흐름이 부러웠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부분을 잃어버리는 것
흐른 뒤의 나의 흐름을 버리는 것
시간을 뒤로 켜켜이 접어내면서
과거로 가는 풍경을
마음 한켠에 쌓아가는 것
점점 어두워지는 깊은 밤
서로 주고 받는 빛과 어두움 사이
무엇이 보이는가를 떠나서
무슨 감정이 일어나는가
숨 죽이고 귀 기울인다

높은 계단을 오르면서
나는 그곳에 서있다
가능한 진실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의 아름다움은 위험한 계단 위다
모두가 숨기고 싶은 진실
계단을 오르면서 깨달아졌다
“잘 가“ 나의 고통 나의 형벌아
뒤돌아 서 말했다
고개를 드니 별들이 쏟아졌다
내게도 행복한 날이 찾아 왔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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