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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워싱턴 한인사회 키워드는 '고령화'

한인 고령화 문제 심각, 한인인구 늘지만 2,3세 출산 의한 증가
이민 유입 정체, 커뮤니티 유지 힘들어
한인커뮤니티 초고령사회 진입 임박

지난 일요일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대형 한인교회는 언제나 그렇듯 진입 도로 한참 전부터 막혔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가는 듯 했다. 교회 입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K 모씨는 염색을 포기한지 오래된 66세다. 코너를 돌아 주차봉사를 하는 J모씨는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62세다.

교회 주방에서 커피 봉사를 하는 S모씨는 68세로 무거운 보온물통을 옮기면서 ‘이제 그만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주방 식사 자원봉사 막내는 54세다. 성가대에는 50대도 드물다. 예배가 끝나고 친교실과 식당 등에 모인 신자 중 은퇴하지 않은 이들이 드물 정도로 고령자들이다.

여론조사 기관 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의 보고서 <종교지형 연구(religious landscape study)> 에 의하면 미국 개신교 성인 신자 전체의 중간연령은 46세였다.
한인 교회신자에 대한 연구가 없긴 해도, 버지니아주의 대형 한인교회 주일 대예배 참석 신자를 일별한다면 미국평균보다 열살은 더 많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버지니아주의 K 원로목사는 “30년전 처음 미국와서 목회를 할 때 어린 아이를 데려온 젊은 부부로 가득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한인교회는 사실 너무 늙었다 ”고 밝혔다.

현재 100명대 교회를 담임맡고 있는 Y목사는 40대 후반이지만 교회에서는 막내 취급을 받고 있다. 그는 “요즘 증가하는 신자의 70% 이상은 50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각종 정보가 넘쳐나면서 한인 이민자들의 교회 의존도가 줄어들어 거의 모든 한인 교회가 전반적으로 재생산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현실적으로 교회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교인 재생산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인 이민 커뮤니티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한인언론은 매번 한인인구가 증가한다는 소식을 크게 보도하지만, 사실 엄청난 착시 효과를 볼러올 수 있는 ‘왜곡 보도’라고 할 수 있다.

한인 숫자는 10년주기 센서스 조사와 비정기적인 센서스국 잠정 추계치 발표 때마다 증가하지만, 신규이민이 아니라 2,3세 출산에 의한 증가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외면하면, 한인 인구가 증가하는데 한인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미국 내 소수계 경제는 동일한 언어적 정체성을 지닌 인구 숫자에서 나온다.
명목상 한인인구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0년 연방인구센서스 조사결과 한국 순혈 혈통 인구는 142만3,784명으로, 지난 2000년의 107만6,872명에 비해 32% 이상 증가했다.

자신의 혈통에 한국계가 포함됐다고 답한 사람, 즉 혼혈인구까지 한인의 범주로 포함할 경우 170만6,822명에 이른다. 한국정부는 심지어 지난 2013년 209만1,432명에서 7% 이상 증가한 223만 8,989명이라고 밝혔다

연방센서스 통계만 놓고봐도 10년새 미국 전체 인구 증가율은 12%, 이민자 전체 인구증가율은 23%인데, 한인 인구 증가율은 30%가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인경제는 이 기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한인경제는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혼혈한인과 한국말을 잘 모르는 한인1,5세와 2세, 3세도 당연히 한인이지만, 한인경제권을 논할 때 이들의 기여와 참여도를 따지기는 어렵다.

한인경제권은 한국어로 어느정도 소통가능한 인구 내에서 작동하기에, 한인경제권내 한인인구는 한국태생 한인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다.

30년전 한인교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한인 1.5세와 2세들이 결혼해 한인3세를 낳았으나 이들은 더이상 한인교회나 한인경제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인 인구는 증가하는 것처럼 보여도 교회가 늙어가고 한인경제 규모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방센서스국의 공식적인 순혈 혈통 한인인구 142만3,784명 중 한국태생 한인인구를 기리려면 다른 작업이 필요하다. 이 인구 속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2세와 3세, 어릴 적에서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교육받아 한국어를 잘 모르는 한인1.5세 인구가 다수 포함돼 있다.

비영리 씽크탱크 이민정책연구소 MPI가 연방센서스국의 2000년, 2010년 인구조사 자료와 2018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 그리고 연방센서스국 자체 작성 보고서 <미국의 외국태생 인구조사 변쳔> 등을 참조해 작성한 연속 업데이트 보고서 <미국내 한인 이민자> 에 의하면 한국 태생 한인인구는 지난 2017년말 기준 전체 외국태생 이민자 4,130만명의 3% 수준인 107만300명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어를 거의 모르고 한인경제권 외곽에서 한인교회와 완전히 멀어진 한인1.5세가 포함돼 있다. 한인이민의 정점 시기인 지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전형적인 한인이민가정은 한국에서 태어난 부모와 10세 미만의 자녀 2명, 미국 태생 자녀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순수 한인 1세 인구는 50만명에서 70만명 사이로, 그나마 이 인구는 지난 201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PI는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민동력이 떨어져 한인 이민이 정체 혹은 감소상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1960년대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경제력 2위 국가로 등극했는데, 이 즈음부터 미국이민이 단절됐다.

미국이민의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동기를 자국 내에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2000년대 이후 더이상 미국이민 동인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00년을 즈음해 한인 신문매체의 활자 크기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커지거나 자간이 넓어져갔다. 독자층 고령화로 노안을 호소하며 활자크기를 키워달라는 요구를 계속 받아왔기 때문이다.

한국태생 한인인구의 대학졸업률은 52%로 이민자평균 28%의 두배에 달해, 높은 학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상당한 성취를 일궜으나 고령화로 인해 한인경제권 내 영향력은 점점 줄고 있다.

한국태생 한인이민자의 중간연령은 45세로, 전체 이민자 중간연령 43세, 미국태생 미국인 중간연령 36세보다 훨씬 높다. 한국태생 한인인구의 74%가 실질노동가능인구(18-64세)로 구분되는데, 전체 한국태생 한인인구의 19%가 65세 이상이고, 5%는 18세 미만이다.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 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라고 하는데, 한인 커뮤니티는 곧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1990년대 한국태생 한인인구의 5%만이 65세 이상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인인구 노령화가 어느정도 빠르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전체 이민자 인구의 80%가 실질노동가능인구, 14%가 65세 이상, 6%가 18세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인인구는 상당히 노령화된 인구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0년전처럼 더이상 어린 아이를 데리고 이민오는 젊은 한인이 상당히 줄었다는 뜻이다.

대신 30년전 이민온 한인들이 지나온 세월만큼 나이를 먹었다. 이민 유입이 줄고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난데일 한인상권이 공동화되고 빈 점포가 늘어나는 현상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인경제의 큰 축이었던 자영업이 이민단절로 인해 다른 인종으로 넘어가면서 한인경제권 내 덩치큰 자금 흐름이 단절되고 점점 ‘돈줄’이 말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인경제권 전체의 파이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현실로 기꺼이 받아야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미국의 이민문호가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경제가 갑자기 몰락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아무리 이민문호를 넓혀도 한인 이민 숫자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50대초반의 H목사는 “결혼식보다 장례식 집례가 더 많아진지 오래됐다”며 “고생했던 이민 1세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잘 받들어 모시는가가 우리 이민 커뮤니티의 가장 당면한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옥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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