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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닮은꼴

하워드 카운티는 지난 여름부터 학군 재구획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다. 재구획권에 들어간 지역의 학부모들은 수 차례의 시위를 불사하고 있다. 현재, 교육감과 카운티 군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불똥이 튀었고 급기야 군수의 직권 남용에 대한 조사까지 시작됐다.

한국에선 조국 법무장관이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발단은 법무부 장관 자격 검증이었으나 자녀들의 진학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인과 친척의 불법 자금 운용까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성난 군중을 거리로 불러냈다. 자녀 교육이라는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목숨을 거는 건 ‘나 처럼' 살지 말길 바라기 때문이다.

재구획을 반대하는 하워드 카운티의 한 부모가 교육위원회에서 한 발언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발언의 요지는 ‘교육위원들 중 정말로 ‘가난'을 경험한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기회와 교육의 평등을 주장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의 진짜 고민이 무엇인 줄 아는가? 나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가난을 겪은 사람이다. 그런 상황에선 어느 학교를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갔을 때 마주하는 절망이 훨씬 절박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원에 닿지 못하는 기획은 탁상공론일 뿐이다'라는 것이었다.

진학 특혜가 왜 대다수 부모들의 가슴을 후벼 팠을까. 대물림되는 가난의 두려움을 극대화시켰기 때문이다. 용이 아니라 붕어, 개구리, 가제여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조 장관 본인이 제시한 청사진을 스스로 배신했다는 것에 대한 실망이 내 아들, 딸의 얼굴에 투영된 ‘못난 아비'의 그림자를 만나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 것이다. 예민해진 사람들은 이제 드러난 사실의 조각들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하기 시작하고 있다.



하워드 카운티도 예외가 아니다. 공청회장 주차장에서 한 백인 여성이 동양인 가족을 향해 ‘아시아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가 페이스북에 올라오자마자 댓글 전쟁이 벌어졌다.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고 사소한 불편들이 확대되며 지역 사회는 더욱 조각조각 갈라지고 있다.

세상에 혼자 사는 존재는 없다. 심지어 나무도 군락을 이루며 산다. 사회에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사회가 제시하는 또는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룰에 따른다. 그러나 사회제도는 다양한 문제들의 근본에 닿을 수 없다. 드러난 현상들을 컨트롤하여 최소한의 평화를 유지할 뿐이다.

‘연리지'를 사람들은 사랑과 희생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러나 다른 뿌리에서 자란 가지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겪었을 고통이나 상실은 쉽게 간과한다. 넓은 공간과 양분을 확보해줘야 할 제도는 오히려 우리를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 경쟁하게 만든다. 타인을 밟고 올라설지 아니면 타인의 발판이 될지, 혹은 공존의 법칙을 발견할지 선택의 기초가 되는 건 가치관이다.

제도에 상처받은 부모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정이다. 치우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삶은 내어주고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선택의 반복이다.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과 절망에 최선을 다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나 보다 나은 삶’을 살라고 하는 건 자식 어깨에 짐을 더하는 꼴이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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