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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알아야 면장(面牆)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속담에서 ‘면장’은 이장이나 동장처럼 직책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다.
원래 면면장(免面牆), 담을 마주한 것 같은 답답함을 면한다는 뜻이다. 뭘 알아야 한자리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면 속담의 뜻풀이에 제대로 반대되는 예가 되는 셈이다.
나고 자란 모국을 떠나 먼 이국땅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것은 종종 높고 견고한 담벼락을 마주하는 것과 같을 때가 있다. 아무리 30~40년을 미국에서 살았어도 겉도는 이민자들이 많다.
체류 신분의 합/불법, 영어 구사력, 경제력, 사회 활동을 모두 떠나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정체성의 혼란은 사실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인, 한국인을 따져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다. 국적과 인종을 따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전 세계 모든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죽는다. 피곤하면 쉬어야 하고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자고 나면 일어나야 한다. 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를 굳이 묻지 않아도 될 만큼 ‘나는 누구다’라는 자아가 확실한 경우, 정체성 이슈는 일단락된다.



하지만 그런 성찰 없이 편의에 따라 어떤 때는 미국식, 또 다른 때는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산다면 면장은 영영 어려울지도 모른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만만치 않다.
박자를 잘 못 맞춰 미국식 사고방식이 필요한 때에 한국적 정서를 주장하고, 한국식 예의가 필요할 때 미국적인 풍습을 고집하는 사람은 주위에 민폐가 되기 쉽다. 그리고 그런 경우 미국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전천후’ 이방인이 되고 만다.
그것이 불편한 이유는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어도 나는 독야청청 푸르게 잘 살리라가 사실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때문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어렵다. 그리고 꼭 대세에 역행하거나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자이언트, 코스코, 홀푸드는 모르겠고 한인 그로서리는 직원 중 확진자가 나왔으니 문 닫고 소독하라고 한다. 주/카운티 정부에서 운영하는 수두룩한 검사장을 놔두고 민간단체가 주관한 테스트장에 갔다가 문제가 생겨 재검 받으라고 하자 외면한다.
교회에 모이지 말라고 했더니 집에서 모인다. 집에 있으라고 한 날부터 꼭 밖에 나갈 일이 생겼다고 굳이 나와 돌아다닌다. 마스크 써 달라고 사정 사정하는데 숨 막혀서 못 쓴다고 한다. 타주 이동 자제해 달라는데 골프여행 간다. 비필수라 영업 하지 말라니까 집에서 머리 깎아준다.

물론 다 사정이 있고, 그것도 삶의 방식이다.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그 선택에 따르는 인과도 책임지면 된다.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살든 한국에서 미국식으로 살든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나라마다 법이 있고 규정이 있고 관습이 있다. 그 차이를 모르고 미묘한 간극을 이해 못 하면 담벼락 마주 보고 살 수밖에.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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