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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카페] “생이 농익어 마침내 시가 되다”

춘암 윤학재 수필가 첫 시집 ‘황혼 나그네’

“이 책 한 권에 내 40년 이민 삶을 담았어요.”

팔순의 나이에 생애 첫 시집을 출간한 윤학재 수필가. 시인이라는 타이틀보다 수필가로 살아온 세월이 더욱 긴 탓인지 ‘수필과 시는 다르다’는 말을 곱씹으며 인터뷰 내내 갓 태어난 시집을 매만진다. 긴 글로 삶을 그리던 수필가가 기나긴 인생을 한 편의 시에, 한 권의 책에 쏟아 담은 만큼 남모를 소중함도 클 터이다.

‘황혼 나그네’ 시집을 통해 시인의 40년 이민 삶을 만나봤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윤학재 시인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강원도청과 춘천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윤 시인은 “공보실에서 근무하며 강원도지사와 춘천시장의 연설문 작성을 도맡아 했다”며 “본래 문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 계기가 나를 지금까지 글 쓰는 삶으로 이끌게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올해로 나이 81세. 생애 첫 시집 ‘황혼 나그네’는 인생에 딱 절반의 세월을 이민자로 살아오며 순간순간 겪고 느낀 것들을 회상하며 5부로 나눠 엮었다. 인생 5막이라는 표현도 좋단다.



1부는 올해로 꼭 40년 전 이민 생활을 시작해 고달픈 일상 속에서 고향과 모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고, 2부는 힘든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신앙에 의지해 기도하며 살아가는 삶을 담았다.

또 3·4부는 남의 땅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며 반드시 만나게 되는 모국에 대한 고마움과 애국심을, 마지막 5부는 황혼을 넘어서며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친구, 아내, 지인들과의 이별 심정을 담은 추모시다.

실제로 5막에 담긴 ‘무덤에서 말하는 아버지’라는 시는 그야말로 고생스레 이민 생활을 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의 관이 땅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쓴 시다. 또 ‘어찌 가신단 말이오’와 ‘카네이션 꽂아 놓고’ 역시 8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눈물로 쓴 시다.

윤학재 시인은 “일반 문인들 시와 달리 나는 이 시집을 통해 인간이 어떤 철학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이민은 지금도 다들 힘들다고 말하지만 70년대 이민을 온 1세대들은 강도 총에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가 죽고 그 죽은 자리에서 아들이 서서 장사를 해야 하는 운명을 건너왔다”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내 시를 읽게 된다면, 끝까지 좌절하지 말고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감과 용기, 희망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윤학재 시인은 과거 <수필문학> 을 통해 수필가 등단, <한맥문학> 을 통해 시인 등단을 한 후 수필집 <아리랑 그림자(1999년)> , <단풍인생 아름답게(2002년)> , <고로쇠 나그네(2006년)> , <짚신 발자국(2012년)> 을 출간했다.

윤 시인은 인터뷰를 마치며 “내게 수필이 젊은 인생이라면, 시는 마치 농익은 인생과 같다”며 인생을 향한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나그네

허전함 한 잔
마시고
외로움 한 대
피우고
그리움 눈시울
뜨겁고
높은
밤 하늘 별들
차갑고
내가 왜 여기 왔나
내가 왜 여기 있나
구름 속으로 달이
간다


진민재 기자 chin.minja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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