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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종교적 신념이 '비상식' 감싸선 안돼

안타까운 마음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돕겠다는 성금 모금 취지는 십분 공감하고 지지한다.

다만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투명한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공적으로 성금을 걷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난주 LA지역 한인 기독교 라디오 방송인 미주복음방송(사장 박신욱·이하 GBC)의 성금 모금 논란을 취재했다.

GBC는 지난달 25일부터 세월호 피해가족 성금접수 방송 및 광고를 시작했다. 모인 성금은 ‘세월호 피해대책 본부’에 보내겠다고 했다. 광고가 나가자 일각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알고 보니 GBC가 성금 전액을 보내겠다고 밝혔던 곳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 단체였다.



GBC측은 지난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모금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른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없었다. 몇 시간 뒤 GBC 웹사이트에는 논란이 된 단체명이 슬그머니 삭제됐다. 얼마 후에는 간략한 현황과 함께 완전히 다른 내용의 광고까지 선보였다. 의아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왜 처음부터 투명하지 못했을까.

취지 못지 않게 중요한 건 과정이다. 현재 한국 정부기관 등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 불분명한 성금 모금이 수백 개의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로 각 기관에 주의를 요구한 상태다. 심지어 유가족마저 공식기자회견에서 모금 자제를 당부했었다.

그럼에도 공공방송에서 성금을 걷으려 했다면 순서상 돈을 보내려는 공인된 단체를 선정하고 정확한 의도 및 내역을 외부에 밝히는 건 당연한 상식 아닌가. 갑자기 존재하지도 않는 단체를 내세워 돈을 걷은 건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불분명한 과정 때문에 성금 모금이라는 선한 의도까지 빛이 바래져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 만큼은 교계 울타리 안에서의 시각과 생리에만 익숙했던 순진함이 빚어낸 ‘단순 실수’라 해두자. 다만, 교계 내 비상식의 고착이 우려된다.

그동안 교계는 사실상 외부(사회)로부터 별개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달리 말하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었다. 종교는 언론의 역할 중 하나인 ‘감시견(watch dog)’의 기능마저 무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우선적으로 종교는 이성과 상식보다 ‘신념’이라는 특정 언어를 사용해서다.

문제는 모든 일을 종교적 신념으로만 지나치게 해석, 결정, 합리화하다가는 비상식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논란을 일으켰던 목회자들의 야반도주식 사임, 논문 표절, 초호화 교회 건축, 재정 비리, 성추행, 게릴라 청빙 등은 모두 무감각의 폐해 아닌가. 교계란 성역이 자칫 고립의 공간으로 굳어질 수 있는 이유다.

외부에서는 교계를 향해 절대로 높은 수준의 행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지극히 상식적인 행보를 기대하고 당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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