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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교계의 VBS, 나눠야 '현실'이 보입니다

지금 교계는 '여름성경학교(Vacation Bible School·이하 VBS)' 시즌입니다. 지난주 종교 면에 각 교회의 VBS 현황과 일정 등을 보도했습니다.

사실 기사를 작성하면서 정말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교계의 '현실'이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미자립 또는 소규모 교회 관계자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그런 교회들이 VBS를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작은 교회만의 알차고 개성 있는 VBS 준비 전략 및 사례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막상 취재를 해보니 VBS 자체를 엄두도 못 내는 교회가 많았습니다.

우선 작은 교회에는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젊은 부부들이 자녀를 위해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하듯, 아이가 생기면 교육 시스템을 잘 갖춘 대형교회로 하나둘씩 떠나기 때문입니다. VBS는 둘째치고 주일학교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곳도 많습니다.



어떤 미자립 교회는 VBS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합니다. 목사 사례비조차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주일학교 교사라 해봤자 겨우 1~2명 뿐입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VBS를 여는 주변 교회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보내야 합니다.

VBS 노하우를 모르는 교회도 많습니다. 그런 행사를 열어본 적이 없으니 프로그램 구성 및 진행 방식 등을 익힐 기회가 없던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속한 집단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것이 타집단에서는 절실하게 필요한 그 '무엇'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VBS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교회가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대형교회의 VBS만 보면 교계의 현실을 체감하기 힘듭니다. 대형교회는 전체 교회중 5% 미만입니다. 인력과 재정이 자연스레 뒷받침되는 소수 대형교회의 환경을 일반적인 교회의 여건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려운 교회가 '다수'입니다.

그렇다고 "자녀를 작은 교회의 VBS로 보내자"는 동정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나누자'는 뜻입니다. 작은 교회가 VBS를 할 수 있도록 노하우도 전수해주고, 외곽 지역 미자립 교회에 있는 한 두 명의 어린이를 위해 인력을 파견해 소수정예의 VBS도 열어줄 수 있습니다. 큰 교회가 재정 지원을 하고 같은 지역 내 미자립 교회끼리 힘을 모아 연합 VBS도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면 실질적인 도움 방안이 많이 나올 겁니다.

'내 자녀'를 좋은 VBS에 보내는 건 축복입니다. '내 교회'가 VBS를 잘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우리 주변엔 그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자녀도 있습니다. VBS를 열 수 없는 교회도 많습니다.

나눠보면 현실이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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