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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시련 속에서도 묻어나는 미소

여든세 살 선교사의 삶은 마치 오래된 책과 같았습니다.

많은 사연이 쓰여있는 두툼한 책을 조심스레 "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걸으며 그가 살폈던 신앙의 풍경들도 궁금했습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연륜의 고귀함을 독자들과 글로 나누고자 했습니다.

최근 왼쪽 다리가 없는 홍대욱 선교사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본지 1월27일자 a-18면>



그는 19살 때(1951년) 교회를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어딜 가나 편견에 시달려야 했고 그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 평생 가족과도 멀어져야 했습니다.

현재는 아내가 암투병 중입니다. 홍 선교사도 풍토병 때문에 몸이 성치 않아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평생을 선교에 헌신했는데 "이런 삶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생이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습니까. 솔직히 제 상황이었다면 저는 모든 걸 수용할 자신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에게 "신이 야속하지 않느냐"고 질문도 던져봤습니다.

다만 인터뷰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건 단지 굴곡 많은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험한 삶을 어떠한 사고방식으로 극복했는지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가 굳게 붙잡았던 가치를 고스란히 글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험난한 인생도 꺾을 수 없었던 신념을 물었습니다. 홍 선교사는 주저 없이 '예수'라 했습니다. 그에게 예수는 삶을 윤택하게도 처지가 좀 더 나아지도록 만든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인생은 비천과 궁핍의 상황에 처한 적이 많았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그건 기독교가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종교라기보다 고통도 절대 흔들 수 없는 기쁨의 원천을 일생에 걸쳐 알려주려 했던 예수의 속내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홍 선교사의 삶엔 평온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이 오랜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녹아있는 듯 했습니다. 시련 속에서도 오롯이 묻어나는 미소가 특별했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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