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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박근혜의 'LA 35시간'

김석하 / 사회부장

2007년 2월16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가 LA공항에 도착했다.

그 해 8월에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놓고 박근혜와 이명박이 치열한 경쟁을 할 때였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LA한인사회는 난리가 났다. '大朴(대통령 박근혜)'을 기다리는 '好朴(박근혜를 좋아하는)' 한인들은 그를 맞을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낮 1시30분. 박근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출구 옆 계단으로 내려와 한복을 입은 화동의 꽃을 받았다. 대기중이던 200여 명의 한인들은 박근혜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기 위해 몰려들어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영접을 나갔던 최병효 당시 LA총영사가 튕겨져나갈 정도였다.

환영인파와 함성에 눈이 휘둥그레진 타인종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냐,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누군가 '힐러리'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200여 명의 미국 고교생들은 어색한 발음으로 '바은예'라며 큰 소리로 연호했다.



오후 3시. 박근혜는 숙소인 윌셔그랜드 호텔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제주도 특별음식인 '빙떡'과 '비빔냉면', '흑돼지 보쌈'을 주문했다. 옆에는 김무성과 이혜훈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가는 박근혜를 로비에서 10분가량 단독으로 만났다.

-'나쁜 대통령'이라는 짧고도 쉬운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대통령'이란.

"나쁜 것의 반대가 좋은 거니까." (※어라, 너무 싱거웠다. 여러 수사를 쓸 수 있을 텐데…. 그 해 1월 개헌을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박근혜는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을 썼다)

-지금 '남편'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박근혜는 전부터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했다)

"정상화시키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발전할 수 있는 거죠." (틀린 답은 아닌 데 좀 심심했다. 원래 캐릭터가 이러신가 했다)

저녁 7시. 노먼디와 5가에 있는 청운교회에서 동포간담회가 열렸다.

깜짝 놀랐다. 1500명 정도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3000명은 족히 넘었다. 큰 교회인데 정말 꽉 찼다. 입장하는 박근혜는 그 열기에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여기저기서 "박근혜"가 터져나왔다.

경선 후보인 박근혜는 LA에서 이미 대통령이었다.

이날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다. 저에겐 국민이 가족이고 대한민국이 최우선이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저도 행복하지 않다." 끊임없는 박수 쏟아졌다. "대한민국이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동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특히 '국가 지도자가 할 몫'이라는 문구를 세 차례나 언급했다. "국가 지도자가 올바른 리더십을 갖고 있으면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한민국이 재도약할 수 있다. 고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안심하고 신이 나게끔 하겠다"고 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USC를 방문해 한인 1.5세, 2세들과 만났다. 설 축제에 참석하고 한인사회 인사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LA에서 마지막 말은 "고국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였다. 그리고 18일 새벽 12시40분 귀국했다.

그해 경선에서 박근혜는 2452표 차이로 졌다. 그때 박근혜는 아름다웠다. 곧바로 "패배를 인정합니다. 백의종군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번 주 폭풍속으로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국회의 탄핵을 앞두고 있다. 탄핵…탄알 탄, 꾸짖을 핵.

호박(好朴)을 자처했던 많은 LA한인들에게, 박 대통령은 국민의 '총알같은 꾸짖임'을 맞느니 "잘못을 인정합니다. 백의종군하겠습니다"로 끝났으면 좋겠다.

LA에서 35시간 동안 보여준 그 아름다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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