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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사랑방] 아이들을 만나는 설렘과 기쁨

토요일 아침 6시 45분. 알람이 울린다. 옆집에서 새벽까지 파티를 한다고 쿵짝대는 통에 잠이 충분하지 못해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등교 준비를 서두른다. 교무회의 때 선생님들이 드실 따뜻한 차를 준비하느라 안경도 잊고 갈 뻔했다.

참으로 우연히 시작된 한국학교 생활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쳐 본 적도, 전공 쪽으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지인의 소개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2007년 가을.

4년 동안 고학년을 가르치다가 3년간의 공백이 있었고 그 때의 인연으로 다시 풀러턴으로 돌아와 3학년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벌써 3년째다. 지속적으로 했다면 10년이다. 풀러턴 한국학교가 올해 개교 30주년이니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참여한 셈이다.

처음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의 마음가짐이랄까. 처음엔 사명감은 고사하고 한 주를 무사히 보내기에 바빴다. 그런 어리바리한 나를 잘 이끌어주신 선배 선생님들 덕분에 별 사고 없이 지나갔고, 지금은 내가 그분들에게 받은 것을 새로 시작하는 선생님들에게 잘 전해드리는 다리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30년을 자란 나무는 뿌리가 튼튼하고 가지가 잘 뻗어있다. 그 만큼의 긴 시간을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함께 팀워크를 이루지 못했다면 우리 한국 학교가 이렇게 안정되게 자리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나의 자세도 처음과는 조금 달라졌다. 한글 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나 상식을 단 한 가지만이라도 내게서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이다. 말이나 글로써가 아니라 직접 보고 느껴서 마음으로 배우는 진정한 가치. 그래서 가끔은 걱정이 된다. 내가 과연 아이들 앞에서 잘 하고 있는지.

집이 멀어 운전하는 시간이 꽤 되는 나는 오늘도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학교 도착하기 전에 에너지 레벨을 끌어 올려야 한다.

선생님의 컨디션이 좋고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겁고 재미있게 배운다는 믿음이 반영된 습관이다. 아이들도 주말 아침에 학교 오는 것이 기쁘지는 않을 터인데 찌푸린 얼굴로 등교를 했다 하더라도 집에 갈 때는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자는 생각에 항상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오늘도 예술가가 꿈인 이양은 수업 시간에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손을 들어 내 질문에 답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의사가 꿈인 강양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나의 실수를 바로잡아 줄 것이고, 약사가 꿈인 이군은 진중한 눈빛으로 수업에 임하다가 이해가 되는 순간 눈빛이 영롱해질 것이다. 수업은 하기 싫고 놀고 싶어 몸을 배배 꼬는 박군을 비롯한 몇 녀석은 집중을 잘 하도록 달래가며 수업을 해야 한다. 잘 하면서도 수줍어서 늘 확인을 원하는 김양에게는 격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 도착했다. 이 친구들이 내게 어떤 토요일을 선사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오늘도 파이팅!


김혜림 / 남가주 풀러턴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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