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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왜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참, 모순이다. 좀처럼 고쳐지지도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헷갈린다.

지난주 에릭 가세티 LA시장실과 LA상공회의소가 함께 마련했다는 한 워크숍에 다녀왔다. 이민단속과 관련한 강연이 있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연방 단속국은 불체자 추방을 강화하고 있다. 불체자는 물론이고 불체자를 고용한 기업주에게도 형사처벌의 불이익을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런데 가주 정부는 무분별한 이민단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이민자 권리 보호법(AB 450)'을 만들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ICE 단속에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고용주에게는 과중한 벌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불체자들도 어려움이 있겠지만 고용주들도 난감하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만에 LA의 정·재계가 합동해 부랴부랴 만든 자리였던 셈이다. 워크숍의 부제는 '연방 이민 단속과 고용주들의 권리'. 이민 문제가 연방 관할이라 로컬정부가 취할 수 있는 스탠스는 사실 크지 않다. 'AB 450'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이민단속요원이 하자는 대로 맡기지 말고, 사업장 내 불체자 단속에 최대한 애를 먹이고 시간을 끌어라'라는 게 고작이다. 인권과 비즈니스 위축을 우려한 가주의 고육지책이겠지만 연방과 로컬정부의 엇박자에 대중들은 스텝을 밟기 어렵다.



그렇다고,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을 지지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30년간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던 이민자들까지 인제 와서 무조건 추방한다는 것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하지만, AB 450이 제안하는 궁색한 저항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법안을 좀 더 들여다 보면 "단속요원을 사업장 내 공공장소 이외에 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 비즈니스의 사업장이라면 사적영역일 터인데, 이에 대한 구별이 애매하다. 워크숍에서 나온 질문이다. 사업장 내 식당은 공공장소일까? 아니면, 사적장소일까? AB 450이 정한 답은 '공공장소'다. ICE 요원은 식당에서 불체자를 체포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하게 '수색이나 체포영장 없이는 사업장을 급습할 수 없다'고 못박고 저항하는 편이 더 신뢰할 수 있겠지만, 정치인들이 하는 '게임'에는 늘 그렇듯이 '우회도로'가 많다.

가주에서 허용된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는 또 어떤가. 이 역시도 연방정부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민투표로 정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연방과의 불협화음에 시민들은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는 태도다. '그래서, 한 번쯤 해봐도 체포되지는 않는다는 건지, 아니면 연방요원에 단속될 수 있다는 건지….'

좀 더 심한 모순은 총기규제다. 10년 넘게 이민생활을 하면서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지난 14일에도 플로리다주의 한 고교에서 퇴학생이 무차별 총기 난사를 해 17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여 명의 부상자 중 중상자도 있다니, 사망자는 늘어날 수도 있다.

올해 들어서 학교 총격사고만 사흘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는 데도,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반인조차 학교 총격 사고에 둔감해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15~16년 전,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살 때다. 처음 미국생활을 할 때니, 모든 게 새로웠다. 특히, 아이들 학교의 방침 중 '절대 학교에서는 싸워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급우와 싸웠을 때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나이 때는 친구들과 주먹다짐도 하면서 크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어쨌든 아이들에게는 절대 친구들과 싸우지 말라는 말을 과장되게 전했던 기억이다. 그런 학교에서 사흘에 한 번씩 총싸움이라니. 학교 총기 사고로 희생자가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도무지 이 나라 지도자들은 그 때마다 미봉책을 내놓을 뿐이다. 답답한 현실이다.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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