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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다 때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늦더위가 좀처럼 물러갈 줄을 모르고 기승을 부리더니 계절의 섭리는 남가주 땅이라고 다르지 않은지 11월에 들어서며 이제야 뒷걸음을 친 것 같다.

가을이면 온 산이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뒤덮이는 한국의 가을 풍경이 생각나 단풍나무라고는 몇 그루뿐이지만 아쉬운 대로 소박한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주변 동네를 찾았다. 또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그나마 단풍도 다 떨어지고 없어져 때를 놓치고 말 것 같아서다. 몇 년 전 우연히 드라이브를 하다가 봐 둔 곳이다. 물론 여기서도 차로 몇 시간쯤 가면 단풍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 바쁜 이민생활에서 일부러 찾아 나서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부자 동네 초입이라 그런지 나무도 많고 호젓하다. 단풍나무도 종류가 많아 이미 물들어 빨갛게 변한 것도 있고 아직 파란 잎사귀만 잔뜩 달려 있는 것도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한국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단풍나무 뒤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팜 트리에 눈이 간다. 단풍과 야자수의 묘한 조합이다. 마치 미국이란 나라에 와 살고 있는 우리 이민자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곳은 지금 단풍이 절정인 때를 만난 거 같다.

우리 인생에도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꿀 때일 것이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라는 옛 성현들 말씀은 언제나 진리다. 30대에서 50대까지는 자식 키우며 공부시키고 열심히 일할 때일 것이다. 때에 걸맞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행동하며 그때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때를 만나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너무 일찍 출세해서 세상을 다 가지고 영원히 자신의 시대가 계속될 것 같은 착각 속에 살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다. 지금 당장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미흡하더라도 언젠가는 올 나의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그때가 왔을 때 기회를 잡아 최선을 다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들을 예뻐하고 사랑하는 것도 때가 있다. 부모님은 영원히 기다려 주지 않고 자식들도 커가면서 둥지를 떠나게 마련이므로.

살아가면서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라고 말할 때를 놓치고 살지는 않는지 늘 뒤돌아볼 일이다. 친했던 친구가 불의의 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몇 년 전 일이 생각난다. 암과 싸우며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져 갈 때 왜 한 번 더 찾아가서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을까. 왜 그때를 놓쳤을까.

울긋불긋한 고운 단풍은 내년이면 다시 볼 수 있고 아름다운 꽃도 봄이 되면 다시 피어난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는 한번 때를 놓치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때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갈 일이다.


송 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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