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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충녕군 이도' 세종대왕께

가을 햇빛이 엷습니다. 시월 상달도 진작 멀어져 갔습니다. 아열대 지방 LA도 가을빛이 진합니다. 단풍이 드는 가로수 길을 지나다 보면 떠나온 모국의 가을과 다를 바 없이 나뭇잎들이 색색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세종대왕님, 저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여자이고 의사입니다. 제가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지난 달 한글날에 미주 한국어진흥재단이 한글 발전에 공이 크다 하여 대통령으로부터 포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선 세종대왕님, 당신은 후손들에게서 세종이라는 이름 (諱字)으로 불리는 것을 모르시지요? 저도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종묘에서 당신이 세상을 뜬 후 신주 묘호(廟號)를 세종이라 부르게 된 것은 후임 왕과 조정 대신들이 그리 정한 이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글의 과학성, 창의성과 그 위대함을 이번 한국 방문 때에 다시 보았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국민이 쓰는 글이 언제, 왜,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진 것은 한글 이외에는 없습니다. 한글박물관도 참 멋있었습니다. 조선후기 상류층에서도 한글이 활발하게 사용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었고, 22대 정조대왕이 다섯살 때 외숙모에게 보냈다는 한글 편지도 보았습니다. 삐뚤 빼뚤 한글로 쓴 붓글씨가 어린 이산(정조 임금의 이름)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 때 얻은 한글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앞으로 한글을 향한 특별한 마음을 줄 것입니다.

올해로 당신이 즉위하신 지 600년, 한글이 선포된지 572년이 되었습니다. 한국 밖에 있는 한국인의 숫자는 700만이 넘습니다. 미국 학교에서는 영어를 쓰고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다양한 외국어 클래스들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미국은 남한의 99배나 되는 큰 땅을 가진 나라로 훈민정음이 반포된 후 330년이 지난 뒤에야 만들어진 나라입니다. 이런 큰 나라 곳곳에 한국 교민들이 살고 있고, 차세대들은 미국 교육을 받고, 주류사회에 진출하여 활동하면서도 역시 한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당신의 둘째 아들, 조선 7대 왕 세조가 '훈민정음 언해본'에서 '뿌리 깊은 나무'를 노래하고 있듯이 한국인들은 어디를 가든 한국인의 뿌리를 내리는데 성실합니다.



미주 한국어진흥재단은 주말 한국학교와 달리 한국인이 아닌 학생들을 위해 미국 정규 중고교에 한국어반을 신설하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훈민정음 정인지 서문에서 한글은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하게 되었다.…지혜로운 사람은 아침 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깨우치고,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써 있듯이 한국어 수업을 택하는 타인종 미국 초중고교 (6~17세)학생들도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저희 재단이 하고 있는 한국어진흥 방법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한글을 통해, 또 테크놀로지를 과학적인 한글에 접목해서 앞으로 더 많은 기적들이 한글을 통해서 일어날 것을 예지합니다.

지난 한글날 광화문 광장, 당신의 동상 앞에서 세상과 참석한 친구들이 저를 보고 있는 가운데 재단을 대표해서 대통령상을 총리님에게서 받을 때, 청와대 지붕 너머 보이는 북악산 능선이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태어난 삼청동과 제 모교가 있던 정동 1번지가 동쪽과 서쪽에서 저를 감싸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저의 뒤, 남쪽에서 저를 보호해 주었습니다.

충녕대군(忠寧大君) 이도이셨던 세종대왕님, 감사드립니다! 뿌리 깊은 나무로 살아가는지 늘 봐 주십시오. 다시 쓰겠습니다.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모니카 류 / 암 방사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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