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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아트코어' 다케시다 관장을 기리며

남가주 한인미술계와도 인연이 매우 깊은 'LA아트코어'의 리디아 다케시다 관장(사진)이 지난 4월23일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90세가 넘은 고령이어서 모두들 은근히 걱정을 하기는 했지만, 워낙 건강하고 정력적으로 활동을 했던 터였다. 손수 운전도 하고 다니고, 전시회 기획과 운영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깐깐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죽음이 더욱 안타깝고,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리디아 다케시다는 1926년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UCLA 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캘스테이트 LA 미대 교수로 30여년 간 봉직하며 교육자로 수많은 화가들을 길러내는 일에 앞장섰다. 그리고 1979년 'LA 아트코어'를 창립하여 40년간 헌신적으로 운영했다.

'LA아트코어'는 지난 40년 동안 두 곳의 전시장에서 1600차례가 넘는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일본, 한국, 태국, 대만, 이탈리아, 프랑스 등과 국제 교류전을 열었고, 자체적으로 계간 미술전문지 를 발간하는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이를 주도적으로 이끈 사람이 바로 다케시다 관장이다.



우리 미주한인 미술계는 그 분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고인은 한인 작가들이 주류 화단에 진출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해왔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미국에 소개하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그의 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진 한인 화가가 거의 100여명에 달한다. 남가주뿐만 아니라 한국의 작가들도 이 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그런데 제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감사를 전하려는 시도조차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LA아트코어'가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사회가 잘 알아서 빈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믿지만, 다케시다 여사가 곧 아트코어로 인식되었고, 본인도 그렇게 믿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헌신했던 터라, 걱정이 없을 수 없다. 가장 고마운 것은 다케시다 관장은 단순한 화랑 주인이 아니라, 미술가들과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한 식구였다는 점이다. 한솥밥을 먹는 한 가족이었다.

그러니 그이처럼 확실한 심미안과 판단 기준을 가지고,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가진 화랑 운영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터다.

한 사회의 미술문화가 발전하는데 있어서는 눈 밝고 생각 올곧은 화랑 운영자와 큐레이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한인사회에는 그런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오랜 세월 전통을 쌓아온 화랑 운영자가 없었다. 상업화랑은 많았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화랑은 없었다. 그 빈자리를 'LA아트코어'가 많은 부분 메워준 것이다.

이제는 한인사회가 갚아야할 차례다. 'LA아트코어'가 변함없이 잘 운영되고, 더 발전하도록 도울 방법이 없을지 찾아봤으면 좋겠다. 미술가들은 물론, 한인사회의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전시회가 열리면 가서 감상하고 작가를 격려해주고, 혹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고 형편이 되면 구입해주는 그런 소박한 애정이면 된다.

고인에게 "우리가 잘 할 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늘 평안하고 아름답게 지내세요. 지켜보며 응원도 해주시구요."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삼가 두 손 모아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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