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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라" 트럼프 한마디 대선 인종분열 불씨될까

선거판 이슈로 논쟁 확산조짐
다른 현안들 집어삼킨 블랙홀

"(조상의 나라로) 돌아가라."

최근 4명의 민주당 초선의원을 향해 던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한 인종차별적 언사가 파문을 더해가는 가운데 '멜팅 팟(인종 용광로)'으로 불리는 가주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커질 조짐이다. 19일 공영방송(NPR) 보도에 따르면 논란이 된 트럼프의 발언은 자신을 '난폭하게' 공격하는 민주당 '진보파' 여성 하원의원 4명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그들의 본국으로 돌아가 범죄가 가득한 나라를 먼저 고치는 것이 나을 듯싶다. 그 후에 미국에 그 결과를 보여주면 된다"라고 비꼬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카시오-코르테스·라시다 틀라입·아이아나 프레슬리·일한 오마르 의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행위는 인종차별적"이라고 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라 '미국을 다시 백인을 위한 나라로'를 의미하는 것"이라 비난했다.

17일 노스 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벌인 트럼프의 캠페인 모임에서 청중들은 소말리아서 출생한 오마르(미네소타)를 빗대 "(아프리카로) 돌려보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13초동안 연단에서 물러선 채 연설을 멈춘 트럼프는 백악관으로 돌아와 "기분이 좋지 않았으며 그 환호성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에는 태도를 돌변, 트위터를 통해 "가짜 뉴스를 신봉하는 언론매체가 청중들의 구호에 지나치게 열을 내고 있다"고 적었다.



"이곳(미국)에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으면 떠나라"는 트럼프의 구호는 인종적 분리를 중심으로 한 선거 캠페인의 최대이슈로 떠올랐다. 다른 공약 사항은 이미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사라지며 '인종주의 논란'만 뜨거운 관심을 끌게 됐다. LA 지역언론도 이를 대서특필하며 원하든, 원치않든 트럼프의 발언을 유명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버서(birther·출생지 의혹을 바탕으로 오바마가 미국인이 아니라고 주장한 행태)' 발언으로 백인들의 불만을 이용, 백악관에 입성하는 기적을 창출했다. 이웃 멕시코에 대해서는 "성폭행 사범과 마약 밀매업자들을 미국땅으로 보내고 있다"라며 이민자 제한 정책의 구실로 삼았다.

위협으로 간주되는 국가(대부분 이슬람 국가)의 여행허가를 제한했으며 이민자들에게 일정수준의 영어실력을 요구하고, 한술 더 떠서 '싫으면 떠나라'는 메시지를 도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점들은 미국인 상당수가 트럼프의 직무수행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백인 골수층의 지지와 결속을 끌어내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재선을 앞둔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시 뭉치게 할 '한 건'을 찾고 있는 것과 함께 무당파 흡수까지 겨냥한 것이다. 즉, 여성의원 4인을 민주당의 얼굴로 포장시키고 당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하게 하려는 '바이너리(2진법) 작전'이다. 이들을 감싸면 4명의 정강 정책이나 성명까지 모두 민주당이 지지하고 책임지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선 상대 후보가 너무나도 급진적 좌파라고 선거전에 미리 규정해 버리는 셈이기도 하다.

트럼프 집권 2년 반 사이 '무당파'는 대통령 탄핵을 제외하고는 민주당과 많은 이슈에서 의견일치를 보여왔다. 이같은 중도파의 지지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다시 장악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11차례 대선에서 공화당은 무당파 지지를 7차례나 더 많이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6차례는 선거에서 승리했다. 유일한 예외는 2012년으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보다 무당파 유권자를 5%P 더 차지하고도 졌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일반투표에서 300만표 뒤졌지만 중서부 북쪽지역에서 불과 7만8000표를 앞선 덕분에 선거인단에서 역전승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선거로 선출된 공무원이 특정인·특정집단을 계속 폄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내년 대선에서는 이같은 추세가 먹히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편 가르기' 작전이 가주·LA의 미묘한 백인 표심까지 흔들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 여론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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