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훌쩍 다녀오자 '내 이웃 먼나라'
미국 속 '인종의 섬'…스몰타운
독일 마을선 맥주ㆍ소시지
솔뱅에선 덴마크 정취 물씬
다양한 문화ㆍ먹거리 풍성
레븐워스, 워싱턴
눈이불을 덮어쓴 준봉 드래곤테일 피크(8842ft)를 오르느라 비탈진 호숫가 눈밭에서 의식주를 몽땅 등에 진 배낭 하나로 해결했더니, 온몸이 쑤신다. 하지만 이곳 레븐워스(Leavenworth)에서 마신 맥주와 소시지로 모든게 씻은 듯 사라졌다. 몇 년 전 원정산행 때 들렀던 곳이 이곳, 알파인 빌리지 레븐워스다. 1800년대 말, 원주민들이 금을 찾는 백인들로 인해 벌목ㆍ제재ㆍ철도 산업이 동반 성장해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철도사업이 물러나면서 도시는 쇠퇴일로에 접어들다가 1960년대에 이르러 독일 바바리아 지방을 콘셉트로 한 테마 관광도시로 변모해 연 100만 명이 다녀가는 워싱턴주 최대의 관광지로 떠올랐다. 독일 맥주와 음식, 박물관을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독일 전통 가옥이 마을을 둘러싼 준봉들과 어우러져 '알파인 파라다이스'를 이룬다.
솔뱅, 캘리포니아
1911년 덴마크계 미국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조성된 이 곳은 LA에서 북쪽으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특이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이끌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드는 관광명소다. 솔뱅(Solvang)이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다듬고 가꾸어 9000에이커에 달하는 미국 내에서 덴마크 전통을 가장 잘 살린 관광지로 꼽힌다.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표방한 '루트 246'같은 레스토랑들이 200여 개의 베이커리 수제 초콜릿 사게 선물가게들과 옹기종기 모여 있어 미 서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10개의 스몰 타운에 항상 그 이름을 올리곤 한다. 이곳은 또한 2004년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며 와인애호가와 영화팬들을 사로잡은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 무대가 되기도 했다.
시카고 북부에 자리한 작은 마을 앤더슨빌(Andersonville)은 스웨덴의 어느 한 마을을 옮겨놓은 듯한 곳이다. 1871년 10월 일어나 3일간 300명의 사망자와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시카고 대화재 이후 번성하기 시작했던 스웨덴 이민자들의 마을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건축 스타일을 옮겨왔고, 지금까지 온전히 보전하고 있어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대부분 스웨덴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극장, 소매상, 베이커리, 은행 등이 많아 이 지역만의 독특한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연방에서 지정한 일리노이 역사문화 보전물로는 오디토리엄 빌딩, 모나독 빌딩, 위글리 필드 등 70개가 넘는다. 이곳의 스웨디시 아메리칸 뮤지엄 개관식에는 스웨덴 칼 14세 국왕이 친히 참석하기도 했다.
프레드릭스버그, 텍사스
1800년대 중반 프러시아 이민자들이 정착하여 세운 도시 프레드릭스버그(Fredericksburg)는 텍사스주의 심장과 프러시아(독일)의 영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 불린다. 텍사스힐 컨트리에 자리한 이곳을 들르지 않았다면 텍사스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까지 할 정도로 미국 속을 독일을 맛볼 주요 여행지다. 메인 스트리트와 그 주변 지역에는 150개가 넘는 부티크와 갤러리, 상점이 들어서 있어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레스토랑에서는 독일 정통 요리부터 전통 바비큐와 텍사스와 멕시코의 요소가 융합된 '텍스 멕스'에 이르기까지 맛있는 먹거리가 풍성하다. 일대에는 5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야생화 농장인 와일드시드 팜스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인디아스퀘어, 뉴저지
'리틀 인디아' 또는 '리틀 봄베이'로도 불리는 인디아스퀘어(Indiasquare)는 에디슨과 이슬린 지역의 인도계 커뮤니티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의 이민자들이 모여 인도 특유의 문화를 이루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기업의 활황으로 맨해튼에 직장을 잡은 인도계 젊은 직장인들이 고속철이 있는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음식점과 보석세공, 찻집 등이 생겨났다. 이후 이곳의 인도계 비율이 25%에 육박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인도 카레 요리와 란 등 다양한 인도요리를 즐기려는 이들로 붐빈다. 1992년부터 시작된 힌두교의 봄맞이 축제인 홀리 축제(Holi Festival)는 이 지역의 명물로 떠올랐다.
리틀 에티오피아, 워싱턴 D.C.
수도 워싱턴 D.C.에 20만여 명이 에티오피안 커뮤니티, 리틀에티오피아(Little Ethiopia)가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 18가 주변에 자리를 잡았던 에티오피아의 이민자들은 특유의 상술로 터전을 일궈 인기 스몰타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따라 렌트비가 상승하자, 현재의 9번가와 U 스트리트로 옮겨 오늘날에 이르렀다. 에티오피아의 전통음식과 그들의 자랑으로 여겨지는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들로 붐빈다.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카 커피의 원산지다. 생두를 빻아 껍질을 벗겨 작은 화로에서 볶은 뒤 다시 빻아서 주전자에 넣고 끓이는 '커피 세리머니'도 볼 수 있다.
리틀 캐나다, 미네소타
수피리어 호수 저편, 돌 던지면 닿을 것만 같은 곳에 본토가 있지만 이들은 이곳 미네아폴리스 외곽에 둥지를 틀었다. 1844년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오면서 1858년부터 본격적인 캐나다 마을(Little Canada)로 자리잡은 것.
지난 2010년 인구 센서스에 9773명의 인구가 사는 것으로 등록됐다. 맛깔나는 샌드위치(mom-and-pop sandwich)를 비롯해서 다양한 유럽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이하게도 정통 멕시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도 손꼽힌다. 연중 캐나다 국기를 게양하고 있을 만치 캐나디언의 자부심이 강한 이 마을은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은다. 8월초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의 자매도시 썬더베이와 함께 '캐나다의 날'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사진=각 마을 홈페이지, 위키피디아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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