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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제자들과의 '산책'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정정숙 이사 / 한국어진흥재단

[LA중앙일보] 발행 2018/09/04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8/09/03 13:24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서 한낮에는 화창한 80도를 넘지만, 아침에는 비교적 쌀쌀한 기온이다. 두툼한 상의를 입고 아침 운동 삼아 30분 동안 동네에 있는 레이시공원을 걷기로 한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걸으면서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각종 나무들을 감상한다. 공원을 네 바퀴 도는 동안에 나무 위에서 천천히 춤추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손을 내밀고 잡아보려고 한다. 공원에는 아마 수백 가지 종류의 나무들이 제각각 위용을 뽐내면서 서있다. 광나무의 보라색 핵과 열매도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키가 100미터쯤 되는 레몬유칼립투스는 스스로 하얀 살을 드러내고 있으면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도토리 나뭇잎도 나의 산책 동반자다.

인생길에서도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살고 있구나. 지난 31년 동안 교실에서 만났던 제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기억에 되살려본다. 공원을 걷는 동안 예전 학부모들도 가끔 만난다. 쪼끄만 귀염둥이들 중 한 명이었던 정미의 엄마를 만났다. 정미가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는 의젓한 사회인이 되었단다. 비가 오는 날이면 노란색 비옷을 입고 모자까지 쓰고 등교했던 정미의 통통한 얼굴이 떠오르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월요일 아침이면 학생들과 나는 "우리 이번 주에도 최선을 다합시다. Let's do our best this week!" 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한 주일을 시작했다.

옛 제자들이 지금은 모두 3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나이가 되었다. 의젓한 사회인이 되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고, 그들을 가르쳤던 나 자신에게 크레딧을 주면서 혼자 웃는다. 바람결에 방향을 바꾸면서 날아가는 낙엽을 보면서, 때로는 혹시 내가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적은 없었을까 하고 반성도 해본다. 오늘 산책길에서 정미, 다이애나, 연이, 그리고 벌써 이 세상을 떠난 정이와 함께 걷는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매주 월요일이면 옛날 학생들이 '최선을 다한다'는 구호를 기억하면서 현재 자신이 처하고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살아갔으면 하고 바란다. 생울타리로 쓰이는 쥐똥나무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서 늘 반질반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결과만을 보고 단정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낙엽을 밟으며 낙엽의 향기를 맡으며 어느새 공원을 네 바퀴 돌았다. 오늘 산책에 동행해준 연이, 정미, 다이애나도 최선의 삶을 살겠다는 결심으로 새로운 일주일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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