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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의 고전…노화가의 자아찾기

김정·영화평론가
김정·영화평론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5/2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8/05/24 21:23

누드모델은 클래식 음악처럼 지루한 순간을 지나 종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의미가 발견되는 작품이다.

누드모델은 클래식 음악처럼 지루한 순간을 지나 종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의미가 발견되는 작품이다.

누드모델 (La Belle Noiseuse)

감독: 자끄 리베트
출연: 미셀 피콜리, 에마누엘 베르트, 제인 버킨
상영시간: 229분


예술영화의 고전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한 자크 리베트 감독의 1991년 칸영화제 대상작 '누드모델'의 DVD 완전판이 오늘 출시된다. 원래 극장판의 상영시간은 94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출시된 DVD는 편집에서 제외된 2시간 반 가량의 분량이 추가되어 4시간에 가깝다.

리베트가 편집에서 제외된 필름으로 만든 2시간 짜리 '디베르티멘토'는 상당히 다른 영화였다.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선입견이 이미 있었던 관계로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했다. 재편집 되고서야 비로서 매스터피스로 재평가되었다. 한국에서는 '누드모델'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고 영어로는 'The Beautiful Troublemaker'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프랑스 남부 예술인촌에 기거하고 있는 노화가 에두아르트 프레노페르(미셀 피콜리)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니콜라스와 그의 애인 마리안느(에마누엘 베아르)는 프레노페르가 10년 전 아내 리즈(제인 버킨)를 모델로 그리다가 미완성으로 남겨둔 작품 '아름다운 말썽쟁이 여인 (La Belle Noiseuse)'에 대해 알게 된다. 프레노페르는 자기 영혼이 깃든 다시 없는 걸작을 남겨야겠다는 강박관념과 집착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붓을 놓은 채 10년 동안 예술적인 광기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명처럼 찾아든 니콜라스와 마리안느의 등장으로 프레노페르는 다시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지만 명작을 향한 예술가의 끊어버릴 수 없는 욕구로 아름다운 방문자 마리안느를 모델로 택하여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마리안느는 처음엔 완강히 거부하지만 호기심과 자기의 젊고 아름다움에 대한 확인 받고 싶은 욕망으로 결국 모델이 되어줄 것을 수락한다. 화가와 모델의 끊임없는 자아찾기와 그 자의식들의 대립을 통해 노화가의 작품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난다.

발자크의 원작 소설을 리베트는 해체와 재구성의 실험을 통해 완전한 새로운 작품을 연출해냈다. 리베트는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예술 행위도 결국 육체를 통한 인간의 행위라는 사실을 포착해 내며 한정된 시간의 흐름 위에서 형성, 변화, 파괴되는 관념들이 치열하게 부딪치는 예술가의 초상으로 묘사히고 있다.

리베트는 창작 행위가 동떨어진 세계 위에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하고 갈등하며 이루어지는 삶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창작의 과정은 당연히 다채로운 인간 감정의 드라마이다.

고다르, 트뤼포, 로메드 등과 함께 누벨바그 운동의 주역이었던 리베트는 특별히 예술적 미학을 스크린에 재현해내고자 노력한 감독이다. 그는 고다르나 트뤼포처럼 대중적으로 성공한 감독도 아니다. 리베트는 감독으로 활동하기 전 영화평론가였다. 그는 유난히 말이 없었던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리베트는 무엇보다도 진부함을 거부한 감독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누드모델은 클래식 음악처럼 지루한 순간을 지나 종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의미가 발견되는 작품이다. 실지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사용됐다. 화가의 꿈이었을 완성된 그림을 묻어버리는 행위는 격한 감정이입 끝에 오는 허무함의 결정이다.

의도적으로 낮게 설정된 채도는 솔직히 TV 스크린에서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다. 빅스크린에서 가능한 효과를 TV 모니터로 만끽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는 그래서 극장에서 감상해야 제 맛이다.

칸 영화제가 올해부터 극장 상영을 거친 영화들만을 심사대상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그런 연유일 게다. 작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봉준호의 '옥자'로 한번 진통을 치른 영화제 측의 입장은 적절한 조치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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