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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한 조각' 위로

THE CAKEMAKER 케이크메이커
장르: 드라마
각본·감독: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주연: 사라 애들러, 팀 칼코프, 로이 밀러
상영: Edwards Westpark 8


'케이크메이커'는 사랑을 잃어 버리고 힘겨워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세상 어딘가에 홀로인 우리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케이크메이커는 동성 연인을 이유도 모른 채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진 토머스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아나트의 서로를 끌어 안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잃어버린 사랑은 아나트의 남편이며 토머스의 연인이었던 오렌이다. 오렌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 두 남녀의 아프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 사랑을 떠나기로 결심한 케이크 애호가 오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성애로 시작하는 초반부의 설정에 당황하게 되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에 관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케이크와 과자를 만드는 영상들이 아름답게 지나가며 모티브로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제빵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베를린의 조그마한 빵가게의 제빵사 토마스는 이스라엘인이며 동성 연인 오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의 흔적을 찾아 그가 살았던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토머스는 오렌의 아내 아나트의 주변을 기웃거리다 아나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게 되고, 이들의 외롭던 영혼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이 두 남녀는 결국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며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나트는 남편의 유품 조각들에서 토머스가 남편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가와 종교, 가족, 성적 지향 등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의문이 일지만 영화는 다름 아닌 우리들의 고정 관념을 깨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모양새들에 대한 관념적 속성과 편견들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결혼한 남자와의 동성애, 다시 그 남자의 아내와 이루어지는 사랑을 보며 오늘 날 이 시대의 혼돈된 성의식과도 접하게 된다. 이성, 동성의 구분이 있기 이전, 인간의 마음 속에 담겨있는 이끌림, 사랑 그리고 고독에 대해 파헤치려 한다.

진지하고 잔잔하여 지루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부부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기묘한 설정 조차도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 여운을 남기는 감동과 함께 관객들은 결국 영화가 전하는 사랑에 설득되고야 만다.

이스라엘 사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독일과 유대인 사이에 있었던 암울한 역사에 대한 메타포가 은근히 배어 있다. 종교적, 민족적으로 적대감이 깔려있는 두 나라 사람들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엿보게 된다. 유대인들이 토머스를 대하는 이기적 모습들, 그로 인한 토머스의 슬픔에 가슴 저미는 아픔이 있다.

섬세한 디테일들이 있는 반면 의도적인 생략이 또한 지혜롭다. 극적 사건 없이 인물들의 심리 과정에 집중한다. 여주인공 아나트를 연기한 사라 애들러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그녀의 연기에는 기대 이상의 깊은 울림이 있다.

영화는 철저히 다양한 관객들의 관점에 모든 걸 던진다. 어떤 이상적 결말이나 교훈을 제시하지 않는다. 토머스와 아나트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인가 아닌가의 여부도 철저히 관객들의 몫이다. 마지막 장면, 모든 걸 잃었지만 다시 삶을 시작하는 아나트의, 눈물 깃든 마지막 표정이 있을 뿐이다.

토머스가 독일의 클래식한 레시피로 토머스가 만들어낸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는 아나트의 상처를 치유하는 달콤함의 상징이다. 기술과 감성이 미묘한 조화를 이룬 영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러나 감동이 있는 영화, 주인공들의 슬픔에 동화되고 아름다운 영상이 오래 마음에 남는 그런 영화이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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