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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코미디언 니나의 삶과 사랑

배우들 혼신의 연기 돋보여

올 아바웃 니나(All About Nina)
극본, 감독: 에바 바이브스
장르: 로맨틱 코메디, 드라마
출연: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커먼, 보 브리지스
등급: R


스탠드업 코미디언 니나 겔드의 사랑 이야기.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라고 부르기엔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삶에 대해 진지해질수록 트라우마와 자기 보호본능으로 꽉 닫혀있는 니나의 내면에는 의외의 충격적 사건들이 숨겨져 있음이다.

이 영화는 발레리나를 지망했으나 키가 너무 커서(175cm)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라는 여배우의 놀라운 연기력을 다시금 관찰할 수 있는 영화이다. 그녀는 TV에서 단역과 조연으로 전전하다가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제임스 웡에게 픽업되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3'에 주연 웬디 역으로 캐스팅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이 하드 시리즈 '굿데이 투 다이'에 존 맥클레인의 딸 루시역으로 출연했던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윈스테드의 혼이 담긴 연기는 그녀가 앞으로 할리우드의 톱 여배우 중 하나로 등극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뉴욕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에서 니나가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 객석의 청중들은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그녀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에 관한 것들이다. 니나의 코멘트는 노골적이고 거침이 없다. 코미디언으로서의 그녀의 재능은 가는 곳마다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왠지 순서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 그녀는 언제나 심한 구토증세를 일으키고 아무 곳에나 닥치는 대로 구토를 해댄다.

니나에게는 또 다른 일상이 있다. 공연이 끝나면 자신에게 접근하는 객석의 남자 하나를 골라 즉석에서 섹스를 즐기는 버릇이다. 아무 의미도 없이 어떤 기대도 없이 니나는 별볼일 없는 남자들을 섹스의 상대로 고르고 그들의 요구에 응한다. 니나의 사생활은 꼬일 대로 꼬여있다. 남자친구를 피하기 위해, 그리고 오디션 준비 차 LA로 떠난 버린다.

그녀는 LA의 코미디 클럽에서 첫 공연에서 레이프를 만난다. 왠지 모르는 이끌림이 있다. 자신의 32년 생애에 단 한번도 남자와 진정한 교제를 나누지 못한 사실을 고백한다. 둘의 관계가 지속되는 동안, 니나는 자신의 내면 깊숙이에 품고 살았던 남자에 대한 선입견들에 대해 하나 둘 도전을 받는다. 자아와의 갈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니나가 애처롭다.

니나는 청중들에게는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한 이해와 그녀가 원하는 사랑과 치유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고단함과 무기력, 무가치에 식상해가는 니나에게는 소녀시절 이후 그녀의 심리를 지배해온 극심한 공포증(Phobia)이 있다. 섹스를 주 소재로 한 그녀의 코미디가 그녀에게 구토증세를 일으키게 했던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은유적으로 전달된다. 코미디언 니나의 영혼에 깊숙이 베어있는 슬픔과 상처, 아픈 기억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코미디는 그녀에게 도피처였을 뿐, 위안이 되지 못한다. 남자들과의 육욕에 기대어 봤지만, 남자들은 그녀를 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한다. 섹스를 주제로 한 그녀의 코미디, 남자들과의 무의미한 하룻밤들은 그 순간의 도구로서만 충족될 뿐, 그 효용은 곧 바로 끝이 나버린다. 허무와 자기 비애만이 쌓여갈 뿐이다.

영혼이 어려있는 니나의 트라우마에 관객들이 동감하고 공감의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라는 배우의 혼신의 힘을 다한 온몸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8년 트라베카(Tribeca)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던 이 영화는 에바 바이브스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바이브스 감독은 자신의 여자 주인공 니나의 내면적 삶과 그녀의 심리, 여성적 감수성을 세밀히 그리고 세심히 직관적으로 관찰하고자 했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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