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연기에도 흥행 저조로 후보 탈락
오스카 후보 못 올라도 평론가들 찬사
인지도 낮은 작품 외면하는 관례 여전
'스타탄생'으로 감독 데뷔를 한 브래들리 쿠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스타탄생은 감독상을 제외한 작품상, 남우 및 여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등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는데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선호하는 아카데미의 전통적 성향이 이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작품성보다 상업성과 로비 전략이 주효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레이디 가가의 여우 주연상 후보, 8개 부문의 후보선정은 지나친 후대라는 지적이 많다.
예상(?)대로 '퍼스트 리폼(First Reformed)'에서 많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중년의 목회자 톨러를 연기해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호평을 받았던 이선 호크(Ehtan Hawk)는 남우주연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어도 영화의 인지도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우수작들이 이처럼 외면당한 사례들은 아카데미의 전통처럼 여겨지고 있다.
'벤 이즈 백'에서 아들을 위기로부터 구하려는 어머니로 출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줄리아 로버츠 역시 주연상후보에서 제외됐다. 로버츠는 자신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작 '에린 브로코비치'(2000) 이후 18년만에 다시후보에 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아카데미는 로버트 대신 글렌 크로즈(더 와이프), 올리비아 콜맨, 레이디 가가의 손을 들어줬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은, '블랙 팬서'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일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수퍼 히어로 영화 중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영화이다. 주연부터 단역까지 등장인물의 90%가 흑인들로 캐스팅된 이 영화는 작품상 후보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감독상 부문에서 제외됐다. 채드윅 보스만, 마이클 B 조던 등도 모두 연기상 후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콜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24세의 신예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는 올해에도 '뷰티풀 보이'에서 마약 중독자 아들로 출연 감동적 연기를 펼쳐 다시 한번 주연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샬라메는 2년 연속 행운을 안지 못했다. 2018년 최고의 흥행을 올린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도 주요 부문에 오르지 못했다.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 10편에 포함됐던 한국영화 '버닝'도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해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
후보 지명에서 제외되었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들과 기억에 남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봤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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