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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합니다"

칸 영화제에서 15분간 기립박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절망 속 인생, 연기 아닌 삶 그 자체

12세 소년 자인(오른쪽)은 출생신분 조차 없어 빈민가의 거리에서 살아간다. 카버나움은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주인공 자인의 미소로 인간성 회복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소니 픽쳐스 클래식]

12세 소년 자인(오른쪽)은 출생신분 조차 없어 빈민가의 거리에서 살아간다. 카버나움은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주인공 자인의 미소로 인간성 회복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소니 픽쳐스 클래식]

가버나움(Capernaum)
감독 : 나딘 라바키
출연: 자인 알 라피아 , 나딘 라바키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123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영화가 끝이 나고 엔딩 자막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선뜻 일어서지 못하는 영화, 보고 난 후에도 오랫 동안 잔영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영화, 가슴 속 깊이에서부터 감동이 복받쳐 오르는 영화, 눈가에 고인 눈물을 굳이 닦아내고 싶지 않은 영화, 무엇보다도 삶에 관해 생각하게 영화들이다.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한 12세 소년 '자인'은 법정에서 부모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다시는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이에 부모는 가정을 꾸린 것을 후회한다고 대응한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기에 어떤 종류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이처럼 참담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는 부모와 자식이 던지는 이 두 대사를 놓고 2시간 동안 진지하게 진행된다.



레바논의 빈민가가 배경이다. 지구 반대 편에서 그저 가난하게 살아가는 남들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민낯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기에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의 인간성을 돌아 보게 하고 저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기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며 죄책감에 빠져든다.

인간은 누구나 선하다고 자위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는 또한 누구나 악한 일면을 마음 속에 지니고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영화 '가버나움'은 악을 탓하며 고발하고 선을 칭찬하며 미화하는영화는 결코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어진 이원화된 구도로 영화가 전개되지도 않는다. 극한의 절망을 표현하지만 결국 인간은 서로를 사랑으로 부둥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 버린 도시 '가버나움'은 예수가 나사렛을 떠나 주로 활동했던 곳이다. 이 곳에서 여러가지 기적을 행함으로 그의 신성과 전지전능을 나타냈다. 그러나 "장차 화 있을진저 (마 11:23)"라는 예수의 예언대로 번성했던 도시는 이슬람의 침략을 받아 전멸한다. 예수의 사랑이 행해졌던 곳이지만 오늘날 인간들의 배은망덕을 상징하는 도시로 인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영화 '가버나움(Capernaum)'에는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신분'이라는 사회가 부여하는 최소한의 존중 조차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버려진 삶들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혼돈과 혼란뿐이다. 이들에게도 과연 예수처럼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랑의 손길이 찾아와 줄까. 영화 가버나움은 인간성 회복의 희망을 굳이 종교에서 찾으려 하지 않는다.

분노와 슬픔, 오열과 처절함으로 가득 찬 이 영화의 주인공 소년 자인은 단 한 번도 얼굴에 웃음을 지어 보인 적이 없다. 영화는 주인공 자인을 비롯, 실제로 빈민가에서 돌아 다니는 아이들을 배우로 캐스팅했다. 부모와 사회를 잘못 만나 학교나 병원에도 갈 수 없는 작고 왜소한 어린 아이들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에게 이 영화는 연기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레바논 출신의 여류 나딘 라비키 감독의 영화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상을 수상했고 스크리닝 후 15분간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스토리에 관한 부분은 되도록 생략했다. 리뷰에 언급되는 '스포일러'는 영화 감상에 있어 말 그대로 스포일러가 될 때가 많다. 애써 눈물을 짜내려는 작위성이 다소 거슬리지만 시리아 난민 소년 자인이 거리에서 뿜어내는 '거친 매력'은 2시간 동안 흠뻑 빠지기에 충분하다.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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