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Clear
79.8°

2018.11.15(THU)

Follow Us

[삶의 향기] 원숭이의 탐. 진. 치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박재욱 법사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LA중앙일보] 발행 2018/09/04 종교 19면 기사입력 2018/09/03 13:03

탐(貪)은 탐욕,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이다.

속을 비운 야자열매에 원숭이의 펼친 손이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을 내고, 조약돌 하나를 넣는다. 아마존 유역의 원주민이 원숭이를 잡는 방법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잡는 원리는 같다.

그 야자열매를 원숭이들이 잘 다니는 길바닥에 놓아둔다. 얼마 후, 길을 가던 원숭이가 길바닥에 떨어진 야자열매를 발견하게 되고, 궁금해진 원숭이는 야자열매를 툭 건드려본다. 어럽쇼! 안에서 굴러다니는 조약돌소리는 원숭이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곧 야자열매의 구멍 속으로 조심조심 손을 밀어 넣어 더듬는다. 손에 걸린 물건을 움켜쥐고는 잽싸게 손을 빼내려한다. 하지만, 조약돌을 쥔 채로는 손을 뺄 수 없다. 조약돌을 놔야 뺄 수 있는데, 원숭이는 손에 잡은 것에 대한 강한 애착 때문에 죽어도 단념 못 한다. 발버둥치다 잡혀 장렬히 죽는다.

진(瞋)은 진에, 자기의사와 어긋남에 대한 분노이다.

양파 한 알을 던져주면 원숭이는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껍질이 알맹이인 줄 모른 채 알맹이 찾아 삼만 리. 벗기고 또 벗기고 하마하마 다 벗겨도 알맹이를 찾을 수 없는 원숭이는 노발대발, 평생 써먹을 '지랄 총량'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발광한다.

치(痴)는 우치, 현상을 바로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원숭이가 바나나 나무에 올라 바나나를 따기 시작한다.

오른손으로 따서는 왼 겨드랑이에 끼우고 왼손으로 따서는 오른 겨드랑이에 끼운다. 따고 또 따도. 원숭이의 소득은 항상 손에 쥔 바나나 한 개일 뿐이다.

냇물 위로 늘어진 나뭇가지 끝에 큰 벌집이 달렸다. 야호! 원숭이들이 꿀을 따먹기 위해 다투어 나무 위로 오른다. 그런데 앞서 나뭇가지에 오른 원숭이가 소리친다. '얘들아, 큰 벌집이 물 위에도 있어!'

원숭이들은 물 위의 벌집을 먼저 건져 올리기로 작정하고, 서로 팔이며 다리를 붙잡아 물 위로 내려간다. 그런데 나뭇가지가 원숭이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우지끈! 부러지고 만다. 물에 비친 벌집은 원숭이들의 달콤한 꿈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흘러간다.

허허! 나로구나. 탐. 진. 치. 내 속의 괴물일세.

열반(니르바나)은 모든 번뇌와 미혹의 속박에서 벗어나, 지혜를 완성한 절대 평온의 경지이다.

'인도의 눈물방울'이라는 아름다운 섬나라 스리랑카. 이글거리는 햇덩이가 수평선 아래로 잠길 무렵, 바다를 향한 언덕바지에 일군의 스님들이 가부좌를 틀고, 스러져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명상에 든다.

수백 년을 이어온 수행전통이라, 때가 되면 그곳의 원숭이 무리도 어김없이 나타나 주저 없이, 스님들 곁에 점잖게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든다고 한다.

언제고 모든 번뇌와 고통의 원흉인 탐, 진, 치라는 족쇄를 풀고 원숭이도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몇 겁에 걸쳐 원숭이(monkey)가 먼저 자신의 꼬리(-key)를 지우는 일에 정진한다면, 언젠가 스님(monk)이 되어 열반을 꿈꾸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musagusa@naver.com

관련기사 금주의 종교 기사 모음-2

오늘의 핫이슈

Branded Content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