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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사우스다코타 "이렇게나 볼 게 많았나"

러시모어·크레이지호스·배드랜즈·윈드케이브
등산에 온천까지…원주민 아픈 역사의 현장도

사우스다코타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인 블랙엘크피크 정상. 로키마운틴 산맥 동쪽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에 서면 멀리 와이오밍, 네브라스카, 콜로라도, 노스다코타 땅도 보인다. 정상 건물은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산불 감시 구조물이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인 블랙엘크피크 정상. 로키마운틴 산맥 동쪽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에 서면 멀리 와이오밍, 네브라스카, 콜로라도, 노스다코타 땅도 보인다. 정상 건물은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산불 감시 구조물이다.

배드랜즈국립공원. 광활한 평원에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룬다.

배드랜즈국립공원. 광활한 평원에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룬다.

마운트러시모어. 미국의 영광을 일군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마운트러시모어. 미국의 영광을 일군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사우스다코타 여행은 서남부 블랙힐스 내셔널 포레스트(Black Hilles National Forest) 지역이 핵심이다. 마운트 러시모어,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을 비롯해 윈드케이브 국립공원 등 미국 유수의 명승지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서다. 또 수(Sioux)족을 비롯한 많은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들의 눈물겨운 역사가 배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70년 넘게 공사 중인 크레이지호스 조각상이 멀리 보인다. 앞의 검은 실루엣은 완공 후의 모습을 만든 미니어처 조각상이다.

70년 넘게 공사 중인 크레이지호스 조각상이 멀리 보인다. 앞의 검은 실루엣은 완공 후의 모습을 만든 미니어처 조각상이다.

하지만 LA서 차로 가기엔 너무 멀다. 그래서 콜로라도 덴버까지 비행기로 가서 차를 빌려 여행하는 이들이 많다. 덴버에서 시작하더라도 다시 몇 백 마일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길게 잡을 수 없다면 아예 래피드시티(Rapid City)까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6월 말, 아침 7시 비행기로 버뱅크 공항을 출발해 덴버 경유, 정오 쯤 래피드시티 도착했다. 공항에서 바로 차를 빌렸다.(아래 사진) 한적한 동네여서인지 렌털카 직원들이 친절했다. 공항서 나와 44번 도로를 따라 배드랜즈 국립공원까지 달렸다. 좌우 사방은 그야말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지는 대평원이다. 눈이 다 시원하고 가슴마저 뻥 뚫린다. 그렇게 시작한 사우스다코타 여행, 공들여 찾았던 곳 순서대로 간단히 소개한다.





배드랜즈 국립공원 (Badlands National Park)

나쁜 땅이란다. 얼마나 척박했으면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하지만 막상 가서 보니 웬걸. 여행객의 눈에는 이름과는 달리 신비롭고 멋지기만 한 '나이스 랜드'다. 아직 풀이 마르기 전 계절이라 그런지 끝없이 펼쳐진 연초록 초원이 더없이 싱그럽다. 그 사이로 흙산인지 돌산인지 메마른 봉우리들이 기괴한 모양으로 불쑥불쑥 솟아 있다. 산허리의 얼룩덜룩 줄무늬가 베이컨을 늘어 놓은 것만 같다.

방문자 센터엔 이곳에 살았던 수많은 고대 동물들의 화석과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공원 생태계는 지금도 살아 꿈틀거린다. 산 중턱엔 큰뿔 산양이 아슬아슬 절벽타기를 한다. 초원엔 버팔로 떼가 서성인다. 풀밭 사이로 프레이리 도그가 고개를 내민다. 천천히 차를 몰면, 차에서 내려 트레일 따라 조금만 걸어보면 이런 것들을 다 만날 수가 있다.

배드랜드란 이곳 원주민인 라코타 부족이 마코시카(Mako Sica), 즉 나쁜 땅이라 부른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들은 미리 알았을까. 이 땅 곳곳이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가 배어 있는 슬픔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서부개척 시대 백인들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현장, 그 중에서도 최후의 인디언전쟁으로 불리는 '운디드 니(Wonded Knee) 전투' 현장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1890년 그곳에서 수족 인디언 500여명이 학살됐다.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 (Mt. Rushmore National Memorial)

둘째 날 이른 아침,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다. 일명 '큰 바위 얼굴'로 불리는 이곳은 미국인들에겐 '애국심의 성지' 같은 곳.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 노예 제도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그리고 자연보호에 앞장 선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독립기념일이 가까워서인지 아침인데도 부지런한 방문객들로 넘쳐난다. 조각상이 가장 잘 올려다 보이는 전망대 양 옆으로 거액 기부자들 명단을 새겨놓은 대리석이 눈길을 끈다. 얼핏 보니 이(Lee)씨 성을 가진 이름도 있다. 한국 사람일까? 우리 이민 역사도 꽤나 깊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 (Crazy Horse Memorial)

마운트 러시모어에서 30분쯤 거리에 있는 '인디언 성지'다. 크레이지호스는 리틀 빅혼 전투에서 백인 토벌대 커스터 장군 부대를 전멸시킨 수족 인디언 추장이다. 이곳은 그의 늠름한 모습을 바위산에 새기고 있는 현장이다.

1947년부터 공사가 시작됐지만 72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고 얼굴 부분만 겨우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완성 후 높이는 563피트, 길이 641피트로 세계 최대 야외 조각상이 될 것이라 한다. 하지만 금세기 안에 완성작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관광객들이 이렇게나 몰려드는 게 신기하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팔고 있는 마케팅 능력에 감탄하면서 어느새 나도 기념품 하나를 집어 들고 있다.



윈드케이브 국립공원 (Wind Cave National Park)

1903년 7번째로 국립공원이 된 곳이다. 이름 그대로 작은 돌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소리 때문에 발견된 동굴이다. 수백 피트 지하 세계 체험은 색다른 경험이다. 동굴 투어 티켓을 예약하고 기다리는 동안 주변 평원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크레이지호스에서 30분 정도 거리. 이곳에서 또 30분만 내려가면 세계 최대 실내 온천 풀장으로 유명한 핫 스프링스가 있다.

커스터 주립공원 (Custer State Park)

웬만한 국립공원보다 더 유명한 100년 역사의 주립공원이다. 아름다운 호수와 절벽, 돌기둥을 연상시키는 바위들이 장관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버펄로 떼를 구경할 수 있다는 곳으로 영화 '늑대와 춤을'을 찍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커스터는 남북전쟁과 인디언 전쟁에서 명성을 떨친 기병대 사령관 이름이다. 앞서 말한 리틀 빅혼 전투에서 크레이지호스와 시팅불이 이끄는 원주민 연합군에게 대패하고 전사했지만 커스터라는 이름은 이곳 외에도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 인근 도시 이름으로도 남아있다.



블랙엘크피크(Black Elk Peak)

여행 사흘째, 하루를 날 잡아 올라간 사우스다코타 최고봉이다. 커스터 주립공원 내 최고 명소인 천하 절경 실반호수(Sylvan Lake)에서 출발하면 왕복 7마일, 4시간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원래 이곳은 하니피크로 불렸던 곳이다. 요즘 미국의 지명은 이렇게 자꾸 바뀐다. 알래스카 최고봉이었던 매킨리도 데날리가 되었다. 원주민들이 원래 불렀던 이름으로, 혹은 백인 정복자의 이름을 지우겠다는 의미에서다. 소수계의 목소리가 커진데 따른 존중과 배려에서 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함정일 수도 있다. 과거 일제가 1910년대엔 무단정치를 펼치다 3·1운동 이후 1920년대 문화정치로 전환했을 때 우리가 그랬다. 그때부터 일제에 순화, 동화되면서 오히려 식민지 지배는 더 공고해졌고 배신자, 변절자는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가 이 땅에선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산로에 접어들면 주변 경치도 빼어나 산수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정상 바위턱에 앉아 잠시 쉬었다 싶었는데 어느 새 한 시간이 흘렀다. 하산 후에도 한참이나 선계(仙界)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듯한 여운이 남았다.



핫스프링스(Hot Springs)

블랙힐스 남쪽에 있는 온천도시다. 에반스 플런지(Evans Plunge Mineral Springs)라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실내 풀장을 가진 온천장이다. 그런대로 몸을 담글 만한 뜨거운 물 욕조도 있다. 블랙엘크피크에서 내려와 오후 늦게 들렀는데 여행의 피로를 푸는 데는 이런 온천도 나쁘지 않다. 인근의 희귀한 빙하기 동물화석들이 전시돼 있는 매머드 사이트(Mammoth Site)도 구경거리다.

여행 Tip>

■숙박 : 블랙힐스 곳곳에 캠핑장이 있다. 캠핑이 불편하다면 래피드시티, 커스터, 힐시티, 키스톤, 핫 스프링스(온천으로 유명) 등 이 동네 작은 도시의 숙박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가격은 1박에 보통 150~200달러 정도.

좀 더 운치 있는 숙소를 원한다면 산속, 또는 호숫가 베드&브렉퍼스트가 좋다. 힐시티 인근의 '코요테블루(Coyote Blues Bed & Breakfast)'는 TV에 나온 '효리네 민박집' 같은 곳이다. 투숙객들끼리 대화하며 주인이 직접 차려주는 식탁에 둘러 앉아 아침을 먹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맛집 : 커스터 시내에 미국에서 제일 맛있다는 햄버거집 '블랙힐스버거(사진)'가 있다. 산골 도시 답지 않게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하다. 별미를 원한다면 곳곳에 버펄로 스테이크 식당을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한식은 래피드시티 인근 '박스엘더'라는 곳에 '강산'이라는 집이 있다. 단, 재료 조달의 어려움 때문인지 정통 한식과는 거리가 있다. 17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식재료 구입을 위해 왕복 14시간을 운전해 덴버까지 수시로 장을 보러 간다고 했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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