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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냐 바이든이냐…종교계도 표심 요동

복음주의 트럼프 압도적 지지
흑인 개신교 쪽은 단연 바이든

11월 대선 시계 빨라질수록
정치권 구애 경쟁 치열해져

미국의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서 종교계에 대한 정치권의 입질이 시작됐다. 종교계 역시 팔짱을 끼고 돌아가는 대선판에 서서히 개입하는 모양새다.

언론들은 '한 마디'가 나올 때마다 발언자의 종교적 배경까지 은근슬쩍 흘린다.

표밭은 다양하다. 그중 종교계는 선거 때마다 외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특히 미국 선거에서 기독교는 영향력이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기독교의 표심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향했다. 당시 트럼프의 당선은 '선거 쿠데타' '대이변' 등으로까지 해석됐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결국 기독교계의 지지가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대선에서 기독교의 표심은 누구에게 기울 것인가. 이미 종교계 표심은 움직이고 있다.

최근 라이언 헤픈베인이 진행하는 기독교 온라인 팟캐스트에서 나온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맥아더 목사(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필수 기관이다. 목사님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감사함을 표한다".

맥아더 목사는 미국 보수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현재 맥아더 목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고수하며 당국과 실내 예배 진행과 관련한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이슈는 요즘 남가주 교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맥아더 목사는 이렇게 화답했다.

"동성결혼 등 민주당 정책에 동의할 수 없는 게 많다. 이번 선거에서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당신에게 투표할 것이다."

앨버트 몰러 총장은 남침례신학교(SBTS)를 이끄는 인물이다.

이 신학교(켄터키주)는 미국 남동부를 일컫는 '바이블 벨트'의 사상적 기반이 된다. 보수 신학을 강력히 견지한다. 성소수자, 낙태 등의 이슈에도 신학적 타협은 없다. 분명하게 반대한다. 좀 더 넓게 보면 미국내 복음주의를 대변 또는 대표하는 신학교다.

이 신학교의 몰러 총장이 오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몰러 총장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의 이번 발언은 그래서 파장이 크다.

그는 최근 복음주의권 콘퍼런스인 '투게더포더가스펠(T4G)'에서 "(트럼프는) 그동안 그 어떤 대통령, 그 어떤 공화당 후보보다 약속 이행에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물론 몰러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되는 도덕적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재 미국의 정치적 상황은 2016년과 다르다"고 했다.

정치는 차악을 선택하는 행위다. 흠결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보다는 낫다는 심산이다. 최근 몰러 총장은 잇따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회를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로 지목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주류 언론을 향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합당하지 않은 통계다. 게으른 저널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미국 보수 기독교의 핵심이자 예배의 중요성을 고수하는 바이블벨트 지역을 한데 묶으려는 의도가 묻어있다. 아울러 반트럼프 성향의 언론을 겨냥한 뼈 있는 한마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 "예배는 필수"라며 종교 시설 재개방을 언급, 교계의 환심을 산 바 있다.

미국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단(SBC) 역시 최근 열린 연례 회의에서 각종 사회 이슈를 두고 신학적 기준으로 논의된 내용을 종합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의 골자는 ▶낙태 반대 ▶성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기고 성전환자 관련 정책을 승인하는 활동 및 교육 반대 등이다. 이를 두고 19일 침례교 언론들은 "민주당 공약과 대부분 반대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바이블벨트 지역을 거점으로 보수 교계가 어느 쪽에 힘을 보태려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역시 신앙 간증 등으로 교계를 자극한다. 그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틈틈이 강연, 간증 등을 통해 "미국의 기반은 자유, 자유의 토대는 신앙" "미국은 기도하는 국가" 등을 강조한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6일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의 시선을 우리를 완전케 하는 분에게 두자. 그곳에 자유가 있고 자유는 항상 승리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할 때 펜스 부통령이 팬데믹 대응팀과 함께 모여 기도하는 사진은 교계 표심에 부합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쉽고 명료하다. 직설 화법이다. 그는 최근 오하이오주 순방에서 "바이든은 급진 좌파의 인식이 있다. 성경과 하나님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독교계가 좋아할 만한 또 하나의 카드를 꺼냈다. 연방윤리자문위원회(FEAB)가 태아 조직 연구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 반대를 권고했다. 즉, 유산된 태아에 대한 조직 연구를 금지하자는 의도다. 이 조직은 트럼프 행정부를 통해 구성됐다. 생명의 섭리는 '신(神)'에게 속한 것임을 굳게 믿는 보수 교계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물론 기독교계를 향한 민주당의 구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교계 표심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위선으로 치부하는 전략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후보는 성경을 든 트럼프의 사진을 보며 "그가 성경을 일종의 브랜드로 삼지 말고 실제 펴서 읽어보기를 원한다"며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다면) 뭔가를 배웠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최근 복음주의 계열 리버티대학 제리 펄웰 총장이 사퇴 의사(지난 24일)를 밝혔다. 펄웰 총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친구로 알려져 있다. 그랬던 펄웰 총장이 관음증, 한 여성과의 부적절한 사진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는 언론 등을 통해 트럼프와 기독교의 관계를 흠집 내는 재료로 쓰이는 중이다.

민주당 지지자 에드워드 조(37ㆍ교인)씨는 "트럼프는 기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미국은 오히려 분열했다"며 "트럼프가 '거듭난(born again) 신자'라면 반 이민, 불평등을 조장하는 발언 등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민주당은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카말라 해리스 연방상원의원에 대해 당선될 경우 '미국 최초의 흑인ㆍ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수식어만 붙이는 게 아니다. 해리스 의원이 침례교인임을 부각하며 당선시 "역사상 5번째 침례교 출신의 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적극 홍보하고 있다. 현재 해리스 의원은 샌프란시스코 지역 흑인 교회인 '서드뱁티스트처치(Third Baptist Church)'에 출석중이다.

바이든 후보는 가톨릭 신자다. 초등학교부터 가톨릭 계열 학교에 다녔다. 그의 왼쪽 손목에는 늘 묵주가 보인다. 특히 흑인 및 여성 개신교인, 가톨릭 표심 등에 적극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나는 가톨릭의 교리를 배우며 자랐다. 교리를 통해 실천 없는 믿음은 죽은 신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모든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게 창조됐으며 평등을 위해 우리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의 정치 경력은 50년에 이른다. 그만큼 정치를 잘 안다. 민주당의 정책적 기조는 낙태를 찬성한다. 반면, 바이든의 종교적 배경은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이다. 이에 대해 가톨릭계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할 때 그는 "나는 낙태를 싫어한다. 그렇다고 이를 법적으로 불법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빠져나갔다. 이는 그만큼 바이든이 종교계 표심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재 복음주의 개신교인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72%(6월)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에 대한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지지도는 17%로 상승세에 있다. 흑인 개신교계는 단연 바이든이다. 지지도는 무려 80%를 넘는다.

물론 여론조사가 전부는 아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분명한 건 종교계 표심은 선거의 변수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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