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덕·불찰로 국가 혼란 송구"
탄핵 가결 박 대통령, 총리·장관 간담회
"헌재 심판·특검 수사 담담히 대응할 것"
<관계기사 a-3면, 한국판>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가 모두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되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즉각 퇴진'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의 탄핵안엔 법리상 무리한 내용이 많다"며 "헌재 결정까지 수개월이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 분위기가 좀 차분해지면 과연 탄핵이 타당하냐는 얘기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장관들께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해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국이 어수선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것은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이라며 "특히 민생안정에는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고 각별하게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최근의 일들로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국정과제들까지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 성장의 불씨까지 꺼뜨린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꺾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럽다. 공직자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와 장관들께서 잘 독려해 달라"며 공개발언을 마쳤다. 박 대통령의 표정은 어두웠고 어조는 가라앉아 있었다. 발언 도중 간간이 목소리가 잦아들기도 했다.
이날 오후 7시3분 국회에서 보낸 '탄핵소추의결서'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 접수되면서 박 대통령의 직무는 즉각 정지됐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국회의 표결 과정을 관저에서 TV로 지켜봤다. 내심 이변을 기대했던 참모들은 예상보다 탄핵 찬성표가 많이 나오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사실상 관저에 유폐된 신세가 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론 때문에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기간 중 청와대 바깥 나들이를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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