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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투자와 투기

사전적으로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고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것으로, 주권이나 채권 부동산 등을 구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는 것으로 시세 변동을 계산해 차익을 노리거나 비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해 큰 돈을 집어넣는 요행성 행위라고 돼있다.

그 말이 그 말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자와 투기를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실패시 위험이 상식적이며 감내 할 만 하면 투자이고, 반대로 일거에 투자금을 다 잃거나 패가망신할 위험 요소가 많아 감당이 불가하면 투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투자'하면 대표되는 인물이 있다. 증권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면서 가치투자의 이론을 창안한 벤자민 그래햄(Benjamin Graham.1894~1976)이다. 그는 워렌 버핏이 지금까지 출간된 투자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며 월스트리트의 필독서로 권면한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투자는 철저한 분석하에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전하는 것이고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일 뿐"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벤자민의 이론대로라면 지금 한국에서 일고 있는 가상화폐바람은 100% 투기라 할 수 있다. 투자가 철저한 시장 논리와 비전에 따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금융가치가 옮겨가는데 반해, 가상화폐 가격의 등락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경제 논리가 아닌 일확천금을 노리는 소수자들의 손놀림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진짜 이익을 누리는 집단은 따로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다. 300만의 투기자들이 분.초단위로 사고 팔고를 주문하니 하루 거래량이 수십조에 달해, 코스닥을 넘어 코스피를 위협하고 있고, 쏟아져 들어오는 수수료 수입이 조 단위라고 하니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거래소에 투기 조장소라 칭할만하다.

작년 12월 22일, 필자는 비트코인의 허허실실이란 글을 본란에 게재한 바 있다. 비트코인의 생성과 그 투기성에 대한 원론적 언급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이렇게 가상화폐가 새 정부의 성공을 위협할 만큼의 뜨거운 감자로까지 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준비해서 올렸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사이 비트코인의 가격은 2500만원까지 치솟았고, 이대로 주저 앉으면 여기에 투기한 애꿎은 한국 젊은이들의 통곡소리가 지구를 덮을만큼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어 안타깝다.

보도에 의하면 2017년 한 해에만 비트코인 가격이 1000% 이상 폭등, 튤립버블 이후 세계 최대 기록을 갱신하면서 '김치프리미엄'이란 반갑지 않는 신조어를 획득했다. 세계경제에서 단지 1%의 발언권을 가질정도의 소국 한국이 가상화폐시장에서만 10% 내외의 힘을 가진 대국 같은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리라.

아무튼 가상화폐로 인한 해악이 현실화되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지난 11일 한국의 박상기 법무장관이 작심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시장은 난리가 났다. 순식간에 20만 명이 넘는 청원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6월 지방선거를 지렛대로 협박했고, 마지못한 청와대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한 발 물러서자 야당과 언론이 부서간 엇박자라 질타했다. 15일 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거래소 폐쇄가 여전히 살아있는 옵션이라 운을 띄우자 비트코인 가격은 2500만원에서 1400만원(미국 가격은 최고가 1만9000여 달러에서 9000여 달러)으로 급락하면서 분개한 젊은 투기자들의 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건강하고 착한 합리적인 투자는 권장해 나라 경제를 살리되, 돈이 악귀가 되어 인간의 영혼까지 파멸시키는 투기는 온 힘으로 근절시키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다. 아무리 6월 지방선거에서 표가 중요하고 지금 70%의 지지열기가 식지 않는 것이 절실하다해도 아닌 것은 아니다. 찰진둔부(察眞遁否), 즉 진리를 살펴 진실이 아닌 것은 확실히 배척해 훗날 역사 속에 기록된 지지도를 우선시 함이 그들이 그리는 큰 정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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